감정의 기복이 심한 아이가 있다. 기분이 좋아 보였는데 갑자기 가라앉아 보이거나 짜증을 심하게 낼 때 부모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또한 부모인 나의 잘못으로 인해서 아이가 감정의 기복을 보이는지 염려되기도 한다. 실제로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이 되어서 자녀의 기분도 쌀쌀해진다고 표현하며 필자의 진료실을 찾는 부모와 아이가 종종 있다. 조울증이 아닌가 걱정되어 진료와 검사를 받으러 오는 것이다.
조울증이란?
조울증의 의학적인 정식 명칭은 양극성 장애다.
우울증과 조증의 양극단을 오고 간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사실 아동의 양극성 장애는 그리 흔하지 않다. 또한 부분적으로 유전적인 영향을 받기도 한다. 부모 중 누군가가 양극성 장애를 앓는다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일 가족 중 양극성 장애가 있다면 발병 가능성이 100명 중 5~ 10명 정도로서 그렇지 않은 경우의 100명 중 1명에 비해서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상학적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이하 ADHD)와 매우 비슷하기에 ADHD와의 감별 진단이 요망된다.
증상 알아보기
조증 상태는 일반적으로 말이 빨라지고, 말수가 많아지며, 에너지가 넘치며, 활동의 양이 많아지며, 잠을 잘 자지 않으려고 하며, 충동적으로 언행하며, 쉽게 짜증을 내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거침없이 과격한 말을 하며, 주변의 일에 쉽게 주의가 끌리거나 간섭하게 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ADHD가 있는 아동은 주의집중력이 부족하고, 행동이 산만하며, 말수가 많으며, 충동적이며, 과도한 움직임을 보이며, 쉽게 주의가 흐트러지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ADHD와 구별 방법은?
이와 같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에 둘을 구분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아동의 연령이 어릴수록 양극성 장애보다는 ADHD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아동기의 양극성 장애의 유병율은 1%로 보고 있는데, 반면에 ADHD의 유병율은 5%로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극성 장애 자체가 후기 아동기나 청소년기가 되어서야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하튼 양극성 장애나 ADHD로 진단이 내려지면 병원·의원에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진단이 이루어질 정도가 아닌 그야말로 감정의 기복이 있는 아이라면?
즉 병·의원에서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부모는 어떻게 아이를 지도할 수 있을까?
부모의 아이 지도법
첫째,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차분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게끔 가르친다.
아이는 내면적으로 감정의 변화를 느끼면서 그러한 감정을 어떻게 다룰지 모르기에 결국 외현적인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 결과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며 울먹이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때문에 부모와 아이 간에 갈등이 생기고, 그 결과 아이도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 부모 또한 양육 효능감의 저하와 함께 죄책감도 자주 느낀다.
따라서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예컨대 아이가 “엄마, 나 지금 화가 났어요.” 내지는 “엄마, 저는 짜증이 올라가고 있어요.”라는 말이다. 놀랍게도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언어적으로 직접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문제 행동의 발현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처음에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언어적 표현을 못 하는 경우가 많기에 부모가 대신 표현해줄 수 있다. 이른바 ‘마음 읽어주기’다. “엄마가 보기에 너 지금 짜증이 잔뜩 난 것 같아.”라고 말해주자. 이 말을 들은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감정 상태에 관심을 보이고 집중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확인하는 셈이다.
그런 다음에 부모는 아이에게 “이제부터 ‘저는 지금 짜증이 났어요.’라고 말해도 돼.”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어떤 부모는 “너는 왜 그렇게 짜증을 내지?” 또는 “그렇게 짜증을 내면 안 돼.”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이는 아이를 비난하거나 야단치는 것이다. 아이가 더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의 장점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짜증이 났다고 말하는 것이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보다 더 좋은 행동이야. 그리고 짜증이 났다고 말하면 신기하게도 짜증이 조금 줄어들어.” 아이는 자신의 내면에서 꽉 차오른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 말로 표현하는 것임을 점차 깨달아나갈 것이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아이를 충분하게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까지 부모가 해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부모가 소아정신과 의사나 아동 상담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째, 아이가 충분히 잘 수 있게끔 한다.
수면은 아이의 감정을 안정시킨다. 수면의 여러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아이는 낮 동안의 불쾌하고 불안함 감정들을 수면 중 꿈과 정보처리 과정을 통해서 정화시킨다. 그래서 아침에는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아침에 일어날 때 짜증을 많이 내거나 또는 침울해 보인다면, 이는 아이의 정서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혹은 잠을 자지 않으려고 늦은 시간까지 놀이 활동이나 미디어 시청을 하는 것도 아이의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적절한 지도와 감독이 필수적이다. 잠들기 전 흥분상태에 빠지지 않게끔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시키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켜서 심신을 이완시킨 후 잠들게끔 하자. 일정한 시간에 잠들게끔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게끔 해야 아이의 수면-각성 주기 리듬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셋째, 아이가 활발하게 신체적 활동을 펼칠 기회를 제공한다.
신체적 활동은 아이의 근력과 심폐기능을 향상하는 것 외에 자신감과 활력을 넘치게 만드는 등 정신건강에 매우 이롭다.
규칙이 있는 운동(예: 축구, 야구, 농구 등)을 통해 사회적 규칙과 협동심을 키울 수 있고, 무술적인 요소가 있는 운동(예: 태권도, 유도, 권투 등)을 통해 내면에 쌓여있는 적개심과 공격성을 해소할 수 있다. 놀이터나 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시간도 자주 가지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마스크를 썼을지라도 뛰어 놀게끔 해주자. 이와 같은 신체적 활동을 통해서 아이 감정의 기복이 무척 줄어들 것이다.
넷째, 아이의 감정일지를 기록하고 아이와 함께 살펴본다.
부모는 매일 아이의 감정 상태를 기록해놓는다. 언제 어떻게 어느 상황에서 아이가 어떠한 감정 상태에 놓였었는지 1개월만 기록해보면 훌륭한 데이터가 된다. 아이 감정의 주기적 요소, 유발 요인, 지속 시간, 나타나는 양상 등을 자세하게 파악해야 예방 및 대처에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정일지를 쓰면서 긍정적 변화에 주목해보자. 보름 전에는 엄마의 씻으라는 지시에 소리를 지르면서 싫다고 말했던 아이가 어제는 순순히 또는 괜찮은 표정으로 지시에 응했다면? 부모는 아이의 긍정적 변화를 발견하고 칭찬해줘야 한다. 이러한 부모의 칭찬이 아이에게 스스로 변화하게끔 마음먹는 동기를 유발시킨다. 부정적 감정의 발현 자체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적절한 보상을 제공한다. 작은 선물이나 간식 등의 물질적 보상과 칭찬이라는 정신적 보상을 함께 제공한다.
감정의 기복을 보이는 우리 아이를 부모의 노력에 의해 감정의 안정성을 보이는 우리 아이로 바꿀 수만 있다면? 부모로서의 최고의 보람이자 성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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