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겨울 날, 다시 동해안을 들어간다.
▶ 시장통에서 만난 오징어순대. 요즘은 이런 통오징어순대를 만나기 힘들다.
포구 젓갈 가게 뒤편에 있는 그녀의 식당은 오늘도 문이 닫혀있다. 무슨 애틋한 사연인지 번번이 앓아눕는 통에 얼큰한 해장 한 냄비 생각하고 싶어 무작정 찾아온 서울 손님들은 애가 탄다. 이제나저제나 문을 열까 싶어 기다리며 괜히 명란젓 한 통 사고 마른오징어를 옆구리에 끼고는 그녀의 식당 주변을 힐끔거린다. 결국은 포기하고 옆 자매집을 들어서기 일쑤지만, 그녀가 끓여내는 생선찌개 국물이 얼마나 칼칼한지 한 번 맛을 본 사람은 단박에 단골이 되어 버린다. 때를 놓쳐 다시 물메기탕을 먹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산란기인 겨울이 제철인데다 살이 물러 냉동하면 맛이 떨어지니 추울 때 외에는 만날 수 없다. 운이 좋아 그녀를 만나 물메기탕 한 냄비 얻어먹는 날은 낭만마저 끓어오른다. 수저로 살점을 가로로 떠내며, 후룩후룩 정신없이 퍼먹는데, 꼭 그런 날 흰 눈이 정신없이 쏟아져 발을 묶여 버리곤 했다. 제철 생선탕을 잘 끓여내 자주 찾아가던 집인데 근래 강릉 새 건물로 이사를 했다는 소문이다. 술안주 중심으로 메뉴가 늘었다고 하고, 여전히 그 지역 토박이들 발길이 잦은 모양이었다.
▲ 겨울바닷가에서 맛볼 수 있는 물메기탕은 애주가들의 속풀이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대개 김치를 넣고 칼칼하게 끓여낸다.
애주가들 겨울여행은 기실 이 물메기가 빠지면 재미없다. 찬 갯바람에 꾸들꾸들 말려 쌀뜨물에 끓인 다음, 양념을 하여 쪄 낸 물메기찜은 술안주로 으뜸이다. 게다가 속 울렁거리는 이튿날 아침, 시원한 물메기탕 후후 불며 떠먹으면 속이 확 가라앉으니 이런 날은 마누라보다 고마운 것이 바닷가 식당 아주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