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언제부터인가 눈을 자주 깜박이기 시작한다. 눈이야 당연히 깜박이기 마련이지만, 그 정도가 빈번하게 되면 보는 사람의 정신이 어지러워질 수 있기에 부모는 걱정이 앞선다. 또한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도 걱정된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틱(tic)’ 증상이다.
틱이란 얼굴, 목, 어깨, 몸통, 팔다리 등의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이는 근육이 갑자기 반복적으로 수축하기 때문인데, 흔히 나쁜 버릇으로 오해를 받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특별한 목적을 띄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 다소 의도적으로 보일 수 있기에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아이에게 “나쁜 습관을 빨리 고쳐”라며 다그치거나 야단치는 경우가 흔하다.
눈을 많이 깜빡이는 아이,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
첫째,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틱을 보일 수 있는데,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이 긴장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틱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또한 틱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 친구들이 놀리거나 장난치며 흉내 내는 경우도 생겨난다.
셋째, 다른 틱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틱은 여러 양상으로 변할 수 있다. 기존의 눈 깜박임이 사라지는 대신에 헛기침을 내거나 목을 옆으로 제치는 등 다른 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는 눈 깜박임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틱들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둘째, 다른 발달적 영역의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 깜박임을 지속하다 보면 학교 수업 내용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걱정한다. 따라서 주의 집중력 저하, 불안, 대인기피 등 인지, 정서, 사회성 영역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틱이 발생하는 원인과 대처 방법
첫째,
사회 심리적인 스트레스다.
아이에게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이 생긴 경우다. 예컨대 동생이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빼앗긴 경우, 부모님에게 크게 야단맞은 경우, 친구들에게 놀림이나 괴롭힘을 당한 경우, 선생님을 무서워하는 경우, 학습 과제가 어려워지거나 분량이 많아진 경우 등. 이는 모두 아이에게 큰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 인자다.
아이가 갑자기 눈을 깜빡인다면 최근 아이가 받았을 스트레스 요인을 찾아내 제거하도록 하자. 그야말로 아이가 마음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틱을 사라지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부모가 아이와 함께 놀이를 자주 하여 즐거운 감정을 느끼게 하자. 아이가 재미있게 놀이를 즐기는 중에는 틱 증상을 거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둘째,
부정적 감정 표현의 억압이다.
아이가 가진 우울, 불안, 무기력, 분노, 적대감, 반항, 질투 등의 부정적 감정들을 내면에 깊숙이 쌓아둔 채 겉으로 표현되지 않게끔 억압한 경우다. 그 결과 아이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신체를 통해 틱 증상이 드러나게 된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할 수 있게끔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자주 물어보고, 아이에게 감정 표현은 좋든 나쁘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하도록 한다. 또한 감정은 말이나 표정으로도 표현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림이나 글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일러주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억압된 부정적인 감정을 방출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셋째,
모방적 행동이다.
아이들은 모방의 달인이다. 일부 아이는 친구의 눈 깜박임이나 특정한 소리를 그대로 흉내 낸다.
이 경우, 수시로 눈을 깜빡이는 것은 따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고 설명하도록 하자. 아이가 틱이 아니기에 본인의 노력만으로도 행동을 멈출 수 있다. 만일 아이가 재미 삼아 또는 친구를 놀리기 위해 따라 하는 경우라면 잘못된 행동임을 알려주자.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배려하지 못한 잘못된 행동임을 말해준다. 학교에서도 서로 짝으로 앉히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모방의 상승 및 강화 효과를 차단해야 한다.
넷째,
뇌 기능의 이상이다.
틱은 중추신경계(뇌)의 발달과정 중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뇌의 특정 부위(전두엽-기저핵-시상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회로)에 변화를 일으켜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도파민이 두뇌에서 이상 작용을 보이게 된다. 즉, 유전적 성향이 강하다. 또한 낮은 출생 체중, 신생아 뇌의 저산소증, 산모의 임신 초반기의 심한 구토 및 임신기간 동안 심한 정서적 스트레스, 연쇄상구균 감염 후 생기는 자가면역 반응 때문에 뇌 기능의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가족이나 친척 중 틱 장애가 있다면, 병원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틱 증상이 심하여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친구들의 놀림 등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틱 증상을 보일 때, 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는?
첫째, 틱을 보일 때 절대로 야단치지 않는다.
틱은 아이가 일부러 하는 행동이 아니다. 나쁜 버릇은 더더욱 아니다.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만일 주변 사람들이 다그치거나 야단을 치면, 그 결과 아이의 틱은 더 심해질 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입게 되어 열등감에 빠지게 된다.
둘째, 어떤 행동이 틱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틱은 운동 틱과 음성 틱으로 나뉜다. 운동 틱은 눈을 깜박거린다든지, 코를 찡긋한다든지, 고개를 뒤로 젖힌다든지, 팔다리를 들어 올린다든지, 얼굴을 찡그린다든지 하는 등의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음성 틱은 “킁킁”, “응응”하는 소리를 낸다든지, 헛기침을 자주 한다든지, 목청을 가다듬는다든지, 한숨을 쉰다든지, 욕설이나 특정 단어를 반복해서 말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반면, 수업을 듣기 싫거나 지루하게 느낄 때 몸을 자주 움직이거나 손을 꼼지락거리는 행동, 다리를 떠는 행동, 손을 빨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 하품 소리, 한숨 소리 등은 틱이 아니다. 구별이 필요하다.
셋째, 틱의 변화를 잘 관찰한다.
틱을 잠시 참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기에 아이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억제한 틱은 결국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 혹은 가정과 같은 편안한 장소에서 억제한 만큼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부정적 감정 상태에 놓여 있거나 혹은 특정한 상황(예: 책을 읽을 때, 교사의 질문을 받을 때, 글씨를 쓸 때, 게임을 할 때 등)에서 틱이 늘어나기도 한다. 반면 아이가 즐겁게 놀 때 혹은 무엇인가에 온 정신을 집중할 때 틱이 감소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개인적 특성을 잘 파악하여 눈 깜박임이 줄어드는 상황을 자주 마련해보도록 하자.
이제까지 눈 깜박임, 즉 틱을 보이는 아이에 대해서 알아봤다. 부모가 아이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예후가 달라질 수 있기에 부모의 각별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