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으로 만든 두부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리곤 합니다. 새하얗고 부드러운 모양과 달리 두부는 고단백, 저칼로리, 저지방의 삼박자가 탄탄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죠. 대체 불가한 건강식품이자 우리 밥상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든든한 음식 ‘두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금과 달리 귀한 대접을 받던 두부
현재 두부는 식탁 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친근한 음식이지만, 고려시대에는 사찰에서 부처님께 공양으로 올리던 신성한 음식이었습니다. 특히 불가에서는 육식을 금지했기 때문에 두부는 고기 대신에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고마운 음식이기도 했지요. 조선시대에는 왕릉 주변에 두부를 만드는 절 ‘조포사’를 별도로 둘 정도로 두부의 수요가 높았습니다. 오희문이 기록한 <쇄미록>에는 양반들이 조포사에 미리 콩을 보내 두부를 만들게 하였고, 갓 만들어진 두부를 먹으며 풍류를 즐기던 ‘연포회’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 당시 얼마나 두부가 귀하고 맛있었으면 나들이 음식이 두부였을까요? 양반들은 두부 맛이 부드럽고, 은은한 향기가 나며, 색과 광택이 아름답고, 모양이 반듯하여 먹기 편하다며 두부 속에 담긴 다섯 가지 덕을 칭송하기도 했습니다.
두부의 복잡한 제작 과정
하지만 이 귀한 두부 맛은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반 백성들은 두부를 자주 먹을 수 없었어요. 콩물을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고, 숙련된 기술과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두부를 떠올리면 그 담백한 맛과 단순한 모양에 제조 과정이 단순할 것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두부 한 모가 완성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답니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콩을 물에 불린 후 가는데, 이를 ‘마쇄’라고 합니다. 간 콩을 체에 넣고 물을 부어 콩물을 내리는데, 여기서 체에 남은 것이 우리가 즐겨 먹는 ‘비지’입니다.
짜낸 콩물은 다시 가마솥에 넣고 응고제인 간수를 넣습니다. 콩물에 간수를 넣으면 하얀 덩어리와 물로 분리되는데요. 이 덩어리를 보자기에 싸서 널빤지에 넣고 돌이나 사람이 올라가 누르면 덩어리가 굳으면서 두부가 만들어집니다. 물론 요즘은 기계화로 제조 과정이 간단해졌지만, 과거에 수작업으로 일일이 두부를 만들었을 테니 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겠죠?
뛰어난 조선 두부의 맛
이렇게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갔기에 두부의 맛도 그만큼 각별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의 두부는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는데요. <세종실록>에는 명나라 황제가 두부를 만드는 기술을 익힌 조선 여성을 보내달라고 부탁한 칙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이미 종주국인 중국을 능가하는 뛰어난 두부 맛을 보유하고 있었다니, 정말 놀랍고 자랑스럽습니다.
양반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연포탕’
두부는 마치 새하얀 도화지처럼 어떠한 음식과 함께하든 조화로운 맛을 냅니다.
수많은 두부 요리들이 있지만 그중 ‘연포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동국세시기> 기록에 따르면 ‘연포’란 얇게 썬 두부를 꼬챙이에 꿰어 꼬치로 만들고 이를 기름에 부쳐 닭고기와 함께 끓인 국이라고 설명합니다. 연포탕인데 낙지가 없다니, 의아하지요? 원래 연포탕은 두부와 닭이 주재료였습니다. 연포탕의 한자를 살펴보면 연할 연(軟), 두부 포(泡), 끓일 탕(湯) 자를 써서 ‘연한 두부를 넣어 만든 맑은 국’이라는 뜻이죠.
또 다른 기록으로 정약용이 기술한 <아언각비>에서 “두부를 꼬치에 꽂아 닭고기 국물에 지져 친구들과 함께 먹는 것을 연포회라고 한다”는 대목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연포탕은 양반들이 즐겨 먹던 대표적인 음식으로 ‘연포회’까지 열어 그 맛을 칭송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연포탕’ 하면 맑게 끓인 국물에 산낙지와 채소를 넣고 살짝 익혀 먹는 음식을 일컫습니다.
앞선 기록들로 알 수 있듯이, 과거에는 보통 두부장국에 닭고기나 쇠고기를 넣고 끓였습니다. 반면 해안지역에서는 이 탕에 낙지를 넣고 끓였는데 이를 특별히 ‘낙지 연포탕’이라 불렀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낙지 연포탕’에 더 이상 두부를 넣지 않게 되었고 지금은 ‘낙지 연포탕’이 연포탕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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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봄소식을 전해주는 두부 요리
두부를 얼린 ‘언두부’, 그리고 봄나물 중에서도 호불호가 적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달래’. 이 두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 두가지를 소개할게요.
언두부 준비하기
두부를 통째로 얼렸다가 해동시켜 물기를 꼭 짜내면 ‘언두부’로 변신합니다. 두부를 얼리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같은 양 대비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는데요. 더불어 유부와 비슷한 독특한 식감이 생긴답니다. 평소에 먹던 두부를 새롭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지요.
첫 번째, 달래 양념장을 끼얹은 두부적
두부를 넓적한 모양으로 썰고 들기름으로 구워줍니다. 두부적은 부침 옷을 입히지 않아 담백한 두부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간장 3큰술, 설탕(또는 매실액) 2큰술,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큰술, 달래를 듬뿍 넣은 양념장을 만듭니다. 달래가 금방 숨이 죽기 때문에 먹기 직전에 달래를 넣고 섞어야 합니다. 그릇에 담을 때 두부를 평평하게 깔고 그 위에 달래를 듬뿍 얹은 양념장을 끼얹으면 아주 예쁘게 담을 수 있답니다. 마치 하얀 도화지 같은 두부 위에서 파릇한 달래가 싱그럽게 빛을 발합니다.
두 번째, 언두부 달래 두부 부침
첫 번째 메뉴와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주는 메뉴인데요. 언두부는 동일하게 준비하고, 달걀 푼 물에 달래를 넣고 잘 섞어줍니다. 기름을 두른 팬에 언두부를 굽다가 달걀물을 입혀 노릇하게 부쳐줍니다. 이때 달걀물이 퍼지지 않게 모양을 잡아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노란색의 두부 부침 안에 언뜻 보이는 하얀 두부 속살 그리고 싱그러운 초록빛의 달래. 보는 것만으로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간장과 곁들여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그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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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소개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영양사 출신의 요리 연구가 및 푸드 칼럼니스트로서 쿠킹 클래스, 인문학 강의, 방송, 심사의원까지 다채롭게 활동 중이다.
한국일보 <이주현의 맛있는 음식인문학>외 다양한 칼럼을 통해 음식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