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밥상 여행


한 해 묵힌 게국에 갈배추 버물버물

태안 ‘게국지’

글/사진_손현주(음식 칼럼니스트)

한데 태안 아낙들은 1년 내내 ‘겟국(게를 넣고 끓인 국)’을 모으며 ‘김장 그 후’를 기다린다. ‘그 후’라는 것이 밭에는 허접한 갈배추뿐일 텐데 왜 사내들은 막걸릿잔 상상을 하며 빈 밭에서 시래기를 줍고 아낙들은 연중 겟국을 모을까. 태안이 감춰 둔 그 맛은 대체 무엇일까. 그들에게 게국지는 과거부터 내려온 어머니의 향수이자 냄새만으로도 알아채는 유전자 같은 음식이다.

글을 쓴 손현주는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여행 작가 겸 사진가로 20년간 잘 다니던 신문사에 홀연히 사표를 내고 2010년 안면도로 귀향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집에서 글을 쓰고 섬을 떠돌며 사진을 찍는다. 그녀는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읽고 쓰며 사진을 찍는 삶을 꿈꾼다. 지은 책으로는 신작 『열두 달 계절 밥상 여행』을 비롯하여 『와인 그리고 쉼』, 『태안 섬 감성 스토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