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우리 아이 입에서 양말 냄새가 난다고요? 심지어 양치를 한 직후에도 이런 냄새가 지속된다면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가 특별한 것을 먹은 것도 아닌데 이 냄새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이번 호에서는 우리 아이의 입냄새 대책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육아박사 K 다이어리
우리 아이에게 나는 심한 입냄새
글_김종엽(건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입냄새가 나는 원인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찾기가 까다롭죠. 더구나 개별 원인에 따라 치료를 담당하는 진료과가 서로 달라 우리 아이 상황에 맞는 병원을 한 번에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입냄새는 뜻하지 않게 난치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거고요. 안타깝게도 치과 의사에게 이비인후과 진료를 부탁할 수도,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내과 진료를 부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입냄새에서 만큼은 더욱 엄마, 아빠가 똑똑해져야 하죠. 지금부터 흔한 원인 순서로 아이 입냄새의 원인을 찾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원인은 혀에 있습니다.치과에서 충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입냄새의 원인이 입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치아에 문제가 없다고 입안을 등한시하는 건 정말 안타깝습니다. 사실 입냄새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혀’거든요. 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융털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융털 사이사이가 바로 냄새의 온상이죠. 입안에는 약 350종의 세균이 100만 마리 이상 서식합니다. 어디서요? 바로 혀의 융털 사이에서요. 그 안에 숨어 살면서 음식물 찌꺼기를 받아먹고 배설물을 배출하면 그게 바로 입냄새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입냄새 치료의 첫 번째는 입안 청결 관리입니다. 지금 이 순간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혹시 구강세정제인가요? 입안 세균을 억제한다고 광고하는 구강세정제는 알코올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세균을 실제로 죽이기는 하지만, 알코올이 휘발되면서 입안을 건조시키죠. 침은 입안을 씻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침이 마르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입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입안의 텁텁한 느낌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입냄새 치료를 위해서 구강세정제를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안 청결 관리를 해야할까요?
정답은 혀스크래퍼입니다. 혹시 보신 적 있나요? 약국에 가면 칫솔 옆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름만 들어서는 엄청난 기구일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그냥 작은 플라스틱 막대기죠. 이걸로 양치 후에 슬슬 혀를 닦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입안 세균들을 눈 쓸 듯 깨끗하게 청소해주거든요.
두 번째 원인은 코에 있습니다.
코 안 깊은 곳에 들어가면 부비동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볼에 있는 부비동은 상악동이라고 부르고, 이마에 있는 부비동은 전두동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공간은 머리의 무게를 줄이고, 바깥공기를 들이쉴 때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공간이 체온으로 늘 따뜻하고 촉촉하다 보니, 때로는 세균이 숨어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세균이 염증을 유발해서 부비동에 고름이 차면 부비동염이라고 진단하는데요. 이 고름은 당연히 입냄새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비동염 없이 단순히 비염이 심한 경우에도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이건 마치 양말을 신고 있다가 벗으면 발에서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처럼, 꼭 고름이 있어서가 아니라 환기가 되지 않아 생기는 냄새입니다. 이런 경우는 비염 치료만으로도 호전이 되죠. 비염치료라면 거창하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첫 시작은 생리식염수로 하는 비강 세척입니다. 1리터 단위로 판매하는 멸균 생리식염수를 약국에서 관장용 주사기와 함께 구매해서 하실 수도 있고요. 정수기 물이나 끊였다가 식힌 물에 정제된 분말을 넣어서 가정에서 직접 생리식염수를 만들 수 있도록 판매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인터넷에 ‘코세척’ 또는 ‘비강세척’이라고 검색하시면 쉽게 해당 동영상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비염이 아니라 부비동염 때문이라면 항생제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건 어떻게 구분하냐고요?
이비인후과 의사가 도와드릴게요. 구강 청결에 힘썼는데도, 입냄새가 지속된다면 이비인후과에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세 번째 원인은 식도에 있습니다.
입 안도 깨끗하고 코도 상큼한데 입냄새가 말썽이라면 그 다음에는 식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식도에 큰 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식도 괄약근의 기능이 약해지거나 위산 분비가 많아지면 입냄새가 생길 수 있거든요. 식도 괄약근은 위산이 역류하지 못하도록 위 입구를 꽉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근육이 약해지면 위의 불쾌한 냄새가 식도를 타고 거슬러 올라와 입냄새의 원인이 됩니다. 이런 상황을 위식도역류질환 또는 인후두역류질환이라고 부르는데요. 커피를 좋아하는 어른에게서 좀 더 흔하죠. 그런데 스트레스와도 연관이 있어서 요즘은 소아 환자도 적지 않답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속이 쓰렸던 경험, 한 번씩은 있잖아요. 식도 문제라면 투약 치료로 좋아질 수 있답니다.
자, 이제 감이 오시나요? 입냄새가 지속된다면 가장 먼저 어느 과를 찾아가야 할까요? 일단은 치과가 정답입니다. 치과에서 문제가 없다면 혀스크래퍼를 적극 활용해보시고요.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이비인후과를 찾아와 주세요. 비염인지 부비동염인지 때로 인후두역류질환인지 살펴보고 원인에 따른 치료를 도와드릴게요. 잘만 따라오시면 우리 아이에게 나는 입냄새 퇴치,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답니다.
글을 쓴 김종엽은 건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의사 아빠 깜신의 육아 시크릿』, 『꽃중년 프로젝트』, 『꽃보다 군인』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게 늘 즐겁다는 그는 KBS <비타민>,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 등 꼭 알아야 할 건강 상식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