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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콩 이야기

세월을 넘어 드러난 콩의 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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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과잉 시대
환영받는 ‘검은콩 밥’

검은콩

검은콩 밥의 기억을 떠올린다. 밥솥을 열면 새까만 콩들이 수북하게 채워져 있었다. 윤기 흐르는 새하얀 쌀밥을 마주하길 기대했건만. 어린 마음에 왜 콩을 넣었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엄마는 늘 밥을 지을 때 잡곡을 넣었고 그중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 검은콩이었다. 처음엔 검은콩을 열심히 골라내기 바빴지만, 검은콩을 맛있게 드시는 부모님을 보며 한 알 두 알 따라 먹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쌀 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식감. 몇 번 씹다 보면 금방 삼킬 수 있는 쌀과 달리 검은콩은 입안에서 존재감을 오래 드러낸다. 고소한 맛과 달짝지근한 맛이 옅게 느껴진다. 맛을 분석하려고 몰두하다 보니 그만 정이 들어버린 걸까. 나중에는 검은콩 밥이 나오면 젓가락으로 검은콩만 쏙쏙 골라서 입 안 가득 넣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검은콩만의 맛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따듯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진한 농도로 퍼져나갔다. 나에게 검은콩은 ‘집밥’이자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기억된다.

콩밥

하얀 쌀밥이 귀한 시절에도 검은콩은 자주 쓰였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부족한 쌀의 양을 불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옛 어르신들은 콩을 비롯한 잡곡을 넣은 밥보다 하얀 쌀밥을 최고로 치고는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먹을거리가 풍족해진 지금,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탄수화물 과잉 시대에는 하얀 쌀밥보다 잡곡을 넣은 밥이 더 환영받는다. 특히 검은콩의 뛰어난 영양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검은콩에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블루베리처럼 검은빛을 띄는 음식에 함유된 성분으로 노화를 방지한다. 무엇보다 검은콩은 단백질 함유량이 월등히 높으며 식물성 지방질 함유량도 높은 편이다. 이쯤 되면 일부러 밥에 검은콩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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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빈자리를 채우는
북한의 향토 음식 ‘비지밥’

비지

말 그대로 비지를 넣고 지은 밥. 북한 황해도 지방의 향토 음식이다. 콩을 물에 담가 잘 불렸다가 약간 거칠게 맷돌에 간다. 이것을 냄비에 넣고 끓이다가 쌀을 넣어서 밥을 짓는다. 여기에 우거지나 돼지고기를 곱게 썰어 넣기도 한다.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 콩으로 만든 비지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비지밥은 생각보다 정성을 많이 요하는 음식이다. 밥을 짓는 내내 냄비 앞을 지키고 서서 눌어붙지 않도록 저어줘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저으면 웃물이 생겨버리고 만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거나 대충 휘저으면 맛이 떨어지니 까다로운 음식이다. 음식 맛은 들어간 정성에 비례하는 법이라던데, 비지밥 역시 이 암묵적인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비지밥은 쌀이 부족한 이북 지방에서 먹기 시작했다. 어려웠던 시절, 비지는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밥을 지을 때면 부족한 쌀에 비지를 더했다. 단백질 가득한 비지 덕분에 포만감은 물론 영양 보충 효과까지 있다. 끼니를 채우는 역할로 치자면 쌀보다 비지가 더 비중이 컸을 수도 있다. 가난한 이들에게 콩으로 만든 비지는 쌀보다 더 고마운 존재였다.

비지

비지

비지 또한 검은콩처럼 훌륭한 영양 성분이 알려지며 진가가 드러난 케이스다. 비지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단지 ‘끼니를 떼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양식을 위해’ 찾는 음식이 됐다. 칼칼하게 콩비지 찌개로 먹는 것이 가장 인기 있지만, 비지밥에 양념장을 얹어 쓱쓱 비벼 먹으면 그 맛이 또 별미다. 쌀만으로는 영양을 채우기 부족한 자리에 콩이 들어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자랑스러운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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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똑똑한 다이어트 레시피
단백질 폭탄 ‘두부 계란밥’

두부 계란밥

한국인에게 주식인 쌀. 요즘 이 자리를 두부가 넘보고 있다. 반찬으로만 즐기던 두부를 이제 쌀 대신 먹고 있다. 탄수화물 과잉 시대에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은 늘릴 수 있는 레시피가 유행 중이다. 일명 ‘두부 계란밥’. 식물성 단백질 두부와 동물성 단백질 계란이 들어가 고른 영양성분을 섭취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두부 계란밥

두부 계란밥

두부 계란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장 먼저 수분을 제거한 두부를 마른 팬에서 볶는다. 이때 뒤집개나 주걱으로 두부를 누르면 손쉽게 부스러진다. 마치 보슬보슬한 소보로처럼 두부를 으깨면서 볶는다. 남은 수분을 모두 날리면서 고슬고슬한 식감을 내는 과정이다. 팬의 한쪽으로 두부를 밀어놓고 남은 자리에 계란 물을 붓는다. 부드럽게 스크램블 에그로 만들어 두부 소보로와 잘 섞는다. 여기까지 하면 두부 계란밥 완성이다.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해도 좋고 스리라차 소스를 뿌려도 잘 어울린다. 기호에 따라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추가해도 좋다. 이렇게 만든 두부 계란밥은 그 활용도가 높다. 마른 김에 싸서 먹으면 간단한 버전의 김밥처럼 즐길 수 있다. 카레와 곁들이면 포만감 넘치는 한 그릇 식사가 되며, 유부 안에 넣으면 고단백 유부초밥이 완성된다. 탄수화물을 곁들이고 싶다면 쌀밥을 넣고 동그랗게 뭉쳐 주먹밥으로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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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소개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영양사 출신의 요리 연구가 및 푸드 칼럼니스트로서 쿠킹 클래스, 인문학 강의, 방송, 심사의원까지 다채롭게 활동 중이다.
한국일보 <이주현의 맛있는 음식인문학>외 다양한 칼럼을 통해 음식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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