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질근질근 물어뜯는 자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부모는 화가 치민다. 아이가 알아듣기 쉽게 “그러면 안 된다”라면서 좋게 말하다가도 아이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을 때 결국 아이의 손을 강하게 낚아채면서 “그만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놀란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엄마도 뒤늦은 후회와 자책감에 괴로워한다. 도대체 아이들은 왜 손톱을 물어뜯는지 원인적 측면과 해법을 알아보자.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원인적 측면으로는 ‘스스로 편안함 추구하기’ 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때 우연히 손톱을 물어뜯었을 수 있다. 그랬더니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진 경험을 했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놀라운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부정적 정서 상태의 행동적 표현 이다.
아이는 지금 뭔가 감정적으로 불편한 상황에 놓여 있다. 화가 나 있을 수도 있고 슬플 수도 있으며 짜증이 잔뜩 나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을 바로 자신의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중이다.
세 번째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일종의 놀이라는 점이다.
얼른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점이다. 장난감이나 재미난 활동이 아닌 것이 놀이가 될 수 있겠는가? 그렇다. 아이는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음으로써 지루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한다. 일종의 자기 자극이다. 지금 심심하고 지루한 상태였는데 손톱을 물어뜯으니 약간 아프기도 하고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을 느끼는 중이다. 나름 재미있다고 느낀다. 그러니 자꾸자꾸 손톱을 물어뜯는다.
마지막 네 번째 원인으로는 병적인 증상이다.
불안이나 우울 증상의 표현으로서 손톱을 물어뜯거나 혹은 손톱 물어뜯기가 이미 강박 증상으로 발전한 경우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원인별 해결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자.
첫 번째로 아이가 자신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손톱 물어뜯기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면
부모는 먼저 손톱 물어뜯기가 비록 나쁜 습관이지만 아이가 나름대로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잠들기 전 부모가 아이의 옆에서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이야기를 나눌 것을 권장한다. 아이는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들고자 하는데, 부모가 다른 방법을 통해서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원인으로 부정적 정서 상태의 표현 이라면?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러한 아이에게는 단순히 행동을 교정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아이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없애야 한다. 예컨대 부모에게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아이에게는 부모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느끼게끔 도와주고, 교육기관에서 과제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 불안함으로 손톱을 물어뜯는다면 과제의 양을 줄이거나 난이도를 조정해줘야 하며, 혹시 친구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파악한 후 개선될 수 있게끔 도와주며, 교사를 무서워하는 경우에는 교사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은 뭔가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므로 아이 스스로 어느 정도 위안을 얻는다는 점에 대해서 잘 이해해야 한다. 만일 이와 같은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이의 문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어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하는 뭔가 부족한 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세 번째 원인인 일종의 놀이인 경우에는 손을 이용한 놀이나 활동을 유도하고 제공한다.
털실을 이용한 실뜨기 놀이, 종이접기, 스티커 붙이기, 그림 그리기, 글씨 따라 쓰기 등 손을 바쁘게 움직이는 놀이나 활동을 추천한다. 이것은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대신에 더욱 생산적이고 건전한 활동으로 대체해 주는 셈이다. 또한 부모가 개별적으로 함께 놀아준다. 혼자서 있을 때 혹은 아이가 심심하거나 지루함을 느낄 때 자신의 손을 입으로 가져간다면, 무엇인가 재미를 느끼는 활동을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개별적으로 아이와 즐거운 활동을 함께 할 때 아이는 자연스레 손톱 물어뜯기를 멈출 것이다. 놀이가 끝난 다음에 “엄마와 같이 놀 때는 손톱을 전혀 물어뜯지 않았어. 정말 보기 좋았다. 잘했어.”라며 칭찬을 해주자. 아이가 무엇인가 다른 활동에 몰입할 때 손톱을 물어뜯지 않을 수 있음에 대해 인식 시켜 주자.
특히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즐거운 활동을 공유할 때 손톱 물어뜯기가 거의 사라짐을 인식 시켜 준다. 그러므로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려서 놀게끔 지도한다. 아이가 손톱 물어뜯는 행동을 보일 때 “자! 손톱 물어뜯지 마!”라거나 혹은 “또 손톱 물어뜯는다.”라고 지적하는 대신에 “OO아, 저쪽에 친구들이 모여 있는데 함께 놀아!”라고 권유하자. 아이의 주의를 전환하는 것과 함께 친구들과 어울림도 늘려나갈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주저하거나 자신 없어 한다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친구들에게도 말해주자. “얘들아! 여기 OO와도 같이 놀아!”라고 말해 준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특히 아이가 그러한 행동을 보이는 즉시, 부모가 놀이 활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아이는 빠른 속도로 감정의 긍정적 전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부모와 함께 노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 추후에 아이가 먼저 부모와의 놀이를 다시 제안한다면 흔쾌히 받아주자. 그래야 아이의 행동교정 효과가 오래 지속할뿐더러 아이 스스로 고치고자 하는 의지도 생겨난다. 아이 스스로 ‘손톱 그만 물어뜯어야지.’라고 다짐하는 것과 ‘손톱을 물어뜯는 대신에 아빠와 체스 한판 둬야지.’라고 생각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쉽고 도움이 되겠는가? 아이와 의논해서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나 인형을 사자. 잠들기 전 아이와 함께 있기 위한 용도로 말이다. 아이는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거나 인형을 쓰다듬고 말을 건네면서 잠이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행동은 자연스레 손톱 물어뜯기를 대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행동이 병적인 증상이라면?
손톱 물어뜯기 직전의 아이 감정 상태를 잘 살펴본다. 그밖에 다른 습관적 행동이 있는지도 알아본다.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는 다른 잘못된 습관적 행동(예: 손가락 빨기, 머리 뽑기, 손으로 배꼽이나 살점 일부 뜯기, 옷소매 물어뜯거나 빨기 등)이 동반되기 쉽고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틱 장애, 강박 장애 등의 병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경우에 부모의 노력만으로 교정하기가 쉽지 않기에 병·의원 진료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이처럼 아이가 손톱을 물어뜯는 다양한 이유와 해법에 대해서 알아봤다.
아이의 행동이 성인기까지 이어지지 않게끔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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