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위 얼굴처럼 다정하게 속초를 내려다보는 울산 바위와 인사하고, 맑은 물과 고운 모래의 속초 해수욕장까지 내달린다. 청초호와 바다 사이를 이어주는 빨간 설악대교 아래 아바이 마을을 향하는 갯배가 유유하다. 동명항, 대포항, 외옹치항 같은 크고 작은 항구와 바다로 뻗은 청초호, 영랑호를 누비며 여름의 속초를 즐겨보자.
< 추천여행코스 >
속초 해수욕장과 속초 아이
‘다시 여기 바닷가’라는 노래와 가장 잘 어울리는 해변을 꼽으라면 속초 해수욕장을 첫손가락에 꼽을 만큼, 여름 속초 여행의 묘미는 역시 속초 해수욕장이다. 속초 시내에서 해수욕장까지 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고, 고속버스터미널이 바로 해수욕장 입구에 있어 버스에서 내리기만 해도 바다에 놀러 나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눈길을 끄는 조형물들이 늘어서 속초 여행의 기념사진을 남기는 기분이 쏠쏠하다. 동그스름하게 솟은 조도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도 유명하다.
최근 속초 해수욕장을 핫하게 만든 일등 공신은 속초아이 대관람차다. 아파트 22층 높이의 대관람차를 타면 아찔한 높이에서 속초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눈높이에서만 마주하던 속초 해수욕장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면 연녹색, 에메랄드색에서부터 진한 청록색에 이르는 바다색이 무척 근사하다. 하지만 대관람차의 위치가 자연 녹지인데다 탑승장이 공유수면에 위치해 속초시는 대관람차를 철거하기로 했다고. 어쩌면 올여름이 철거 전 마지막 속초 아이 탑승 기회일지도 모른다.
속초 해수욕장
주소 강원 속초시 해오름로 190
전화 033-639-2027
속초아이 대관람차
주소 강원 속초시 청호해안길 2 속초아이
전화 0507-1482-0107
시간 10:00~20:00, 토요일 10:00~21:00 (30분 전 발권 및 입장 마감)
요금 대인 12,000원, 소인 6,000원, 경로/단체 9,000원
고향을 그리는 아바이 마을과 갯배
속초시 청호동은 모래밭이어서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땅이었다. 한국전쟁 때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은 언제든 배를 타고 이북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고향과 가까운 속초에 머물게 되었고, 비어있는 모래땅에 정착하면서 아바이 마을을 이루었다. 아바이는 함경도 사투리로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나이가 지긋하고 친근한 남자를 부르는 말이다.
아바이 마을은 오래된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갯배를 타고 서로를 스쳐 지나가던 주인공들 덕분에 유명해졌고,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아바이 마을을 소개하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다.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당겨 이동하는 갯배가 마을의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아바이 마을 안에서는 아바이 순대와 오징어순대를 팔고, 선착장 근처에는 생선구이를 맛볼 수 있다.
속초 시내 쪽의 갯배 선착장 근처는 주차하기 어렵다. 아바이 마을에서 식사를 할 예정이라면 아바이 마을 주차장에 주차하고 갯배를 왕복으로 타는 편이 좋겠다. 갯배 요금은 성인 500원, 어린이 300원으로 현금만 받는다.
아바이 마을
주소 강원 속초시 청호로 122
전화 033-633-3171
청초호에서 바다를 향하는 칠성조선소
칠성조선소는 그저 넓은 카페가 아니라 배를 만들던 사람들의 역사를 담은 복합문화공간이다. 2017년에 조선소가 폐업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소중한 역사 공간이 사라질 뻔했지만, 사무동으로 쓰던 건물을 휴게 공간으로, 협력사가 자리했던 곳을 전시 공간으로 바꾸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카페 2층의 통유리를 통해 내다보는 청초호가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배를 세워두고 수리하던 자취가 바닥에 그대로 남아 있다. 배를 건조하던 야외 자리에서 속초 아바이들과 배 목수들의 염원을 그려본다. 그림책 전문 서점인 ‘동그란책’도 함께 있다.
칠성조선소
주소 강원 속초시 중앙로46번길 45 (주차 : 석봉도자기미술관 주차장)
전화 0507-1373-2309
요금 성인 4,000원, 미성년자 무료
울산바위를 한눈에 담는 속초 시립박물관
속초시립박물관은 속초의 독특하고 다양한 향토 문화를 소개한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통 놀이와 민속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이 있고, 야외에 조성된 실향민문화촌에는 개성집, 평양집, 황해도집 등 이북5도의 가옥들과 옛 속초역사가 실제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다양하고 쏠쏠한 볼거리가 많지만, 속초 시립박물관에 가야 할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울산바위가 한눈에 보이는 5층 전망대다. 이 풍경만으로도 박물관에 와보길 잘했다 싶다.
속초시립박물관
주소 강원 속초시 신흥2길 16
전화 0507-1399-2977
요금 성인 2,000원, 청소년 군인 1,500원, 어린이 700원
< 추천 숙박 >
롯데 리조트 속초
라마다 속초
속초 해수욕장의 끄트머리의 외옹치 해수욕장 앞에 롯데 리조트 속초가 있다. 모든 객실이 바다로 향해 있어 하루 종일 오션뷰를 즐길 수 있다. 대포항 바로 앞에는 라마다 속초 호텔이 있어 저녁에 대포항에 걸어나가 회나 물회를 맛보기 좋다. 럭셔리한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니더라도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이용하면 속초 해수욕장 바로 앞의 깔끔한 레지던스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방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여럿이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에어비앤비에서 속초관광수산시장 근처의 아파트를 통째로 렌트해 보자. 바다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대형 평수의 아파트에 콘도처럼 머물 수 있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 속초의 맛 >
속초에는 먹거리가 의외로 다양하다. 오징어순대와 아바이 순대에 곁들이는 명태회 무침과 가자미식해, 아침 해장으로 기가 막힌 물곰탕, 속초 특유의 담백한 골뱅이 물회, 한치회를 듬뿍 얹어 비벼낸 회국수, 두툼하고 실한 생선구이, 뷔페로 맛보는 홍게찜, 시장에서 맛보는 닭강정과 속초 브루어리의 맥주까지, 속초는 미식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진정한 속초의 맛을 찾아 속초관광수산시장
언제부터인가 속초 여행의 기념품 리스트에 닭강정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때는 반경 2km 안에 닭강정 가게가 85곳이나 성업을 했을 정도로 ‘속초’ 하면 ‘닭강정’이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에 가면 유명하다는 만석 닭강정과 중앙 닭강정 외에도 다양한 닭강정을 맛볼 수 있다. 어디가 제일 맛있냐고 묻는다면 정답은 ‘방금 튀겨낸 집’이다. 새우튀김과 홍게 튀김도 별미지만, 속초에 왔으니 이왕이면 명태회와 가자미식해를 맛보고 가자. 가게 앞에 서서 맛을 궁금해하면 작게 잘라 시식을 도와준다.
새콤달콤하고 꼬들꼬들한 명태회는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가자미식해는 가자미에 조밥을 넣어 삭힌 음식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젓갈을 좋아한다면 일단 한 번 맛을 보시라. 닭강정 대신 진정한 속초의 맛을 찾은 기분이 든다.
속초관광수산시장
주소 강원 속초시 중앙로147번길 12
시간 08:00~24:00
속초의 맥주는 이런 맛! 크래프트 루트
속초에는 속초를 대표하는 브루어리가 있다. 설악산 자락 아래 담담하게 자리 잡은 크래프트 루트다. 오래된 식당을 개조한 크래프트 루트에 들어서면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양조 설비에 묵직한 인테리어로 마감한 펍, 창밖으로 파노라마처럼 설악산 뷰가 펼쳐진다.
속초의 지역과 특색을 맥주 이름에 붙였다. 속초 IPA, 갯배 필스너, 아바이 바이젠, 동명항 페일에일 같은 이름이 재미있다. 맥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속초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크래프트 루트의 매력은 맥주 맛뿐만 아니라 속초의 별미를 이용한 훌륭한 메뉴와 수준급의 플레이트가 한몫한다. 속초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 여행 기념 캔맥주를 사 가도 좋겠다.
크래프트 루트
주소 강원 속초시 관광로 418
전화 070-8872-1001
메뉴 카프레제 샐러드 17,000원, 해산물 파스타 19,000원, 속초 IPA 7,000원
아바이 순대를 맛보러 고원으로
아바이 마을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에서 아바이 순대와 오징어순대를 맛볼 수 있다. 함경도에서 먹던 아바이 순대는 돼지 대창 속에 찹쌀밥과 배추, 숙주 등을 채워 넣고 쪄내는데, 요즘엔 전통적인 아바이 순대를 파는 집을 찾기 어렵다.
고원의 오징어순대는 노릇노릇 잘 부쳐내 먹음직스럽고, 아바이 순대는 쫄깃하고 고소하니 맛이 좋다. 곁들여 나오는 새콤달콤한 명태회가 순대의 맛을 살린다. 밑반찬 중에 가자미식해가 나와 함경도식 젓갈을 맛볼 수 있다.
아바이마을 고원
주소 강원 속초시 아바이마을길 11-2
전화 0507-1444-3311
메뉴 모듬순대 중 37,000원, 홍게라면 15,000원, 순대국밥 10,000원
대포항에서 맛보는 골뱅이 물회
새벽부터 부산하게 생선을 나르던 대포항은 저녁까지 분주하다. 동그랗게 잘 정비된 항구에 반짝반짝 불이 켜지면 저녁을 준비하는 횟집들이 야경에 힘을 보태고,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어시장이 북적인다. 속초를 여행하면서 회나 해산물, 물회, 대게를 푸짐하게 먹고 싶다면 앞뒤 재지 말고 대포항으로 가자. ‘대포 전복 양푼 물회’에서는 다양한 물회를 판다. 모든 물회가 맛있지만 생골뱅이 물회가 있다면 일단 한 번 먹어보도록 하자.
환하게 늘어선 어시장을 돌며 먹고 싶은 회나 해산물을 포장해 가면 푸짐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대포 전복 양푼 물회
주소 강원 속초시 대포항길 60
전화 031-535-6489
메뉴 전복 물회 25,000원, 일반 물회 15,000원
글/사진_배나영
<리얼 국내여행>, <리얼 방콕>, <리얼 코타키나발루> 등을 썼다. 북튜브 ‘배나영의 Voice Plus+’를 운영한다. Instagram @lovelyba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