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느덧 커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 부모의 마음이 뿌듯해진다. 그런데 잘 노는 것 같더니 장난감을 두고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친구를 때리는 행동을 보게 된다. 이 모습을 본 부모는 화들짝 놀라며 혹시 또 그런 행동을 보이게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들고 나중에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되지 않을까 벌써 염려된다. 이처럼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부모가 바로잡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공격적인 행동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
첫째, 도덕성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는 행동은 상대방에게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을 준다. 처음에는 친구가 괴로워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놀람, 죄책감, 후회, 불안, 두려움 등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감정들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 이때부터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도덕적 판단이 마비된다. 결국 도덕성의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말하자면 나쁜 사람, 양심이 부족한 사람, 사악한 사람, 잔인한 사람으로 자라난다.
둘째, 습관적 행동으로 굳어지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다른 사람을 때리고 괴롭히는 행동이 오래 지속되면 그 행동이 습관화되어 몸에 밴다. 또한 이로 인해 친구들의 복종, 금전적 이익, 잘못된 자신감 등을 얻게 되면 공격적 행동이 강화되고 정교해진다.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는 과정에 각종 비행 혹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지며,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자신도 불행해질 수 있다. 또한 비슷한 성향의 아이와 싸우게 되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간혹 보복을 당하게 되어 중대한 손상을 입게 된다.
셋째, 여러 가지 정신병리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이로 인해 대인관계의 질이 저하되며, 충동 및 분노 조절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그 결과 충동 및 분노조절장애, 품행장애, 우울증, 조울증, 사이코패스, 성도착증 등 각종 정신병리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공격성의 원인과 대처 방법
첫 번째 원인은
사회적 규범의 인식 부족이다.
아이는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는 행동이 크게 잘못된 행동인 것을 잘 모른다. 어려서부터 남을 때리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듣고 배웠으나 이를 내면적으로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타인의 폭력적 행동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행동은 이유가 있기에 다르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욕구대로 행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친구가 나의 기분을 나쁘게 하면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어떠한 이유에 의했든 폭력은 잘못된 행동이고, 사회적으로 절대 용납되지 않음을 반복해서 가르쳐 준다. 그리고 덧붙여서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방법으로 표현하도록 일러준다. 즉,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 그리고 화가 났을 때 공격적인 행동이 아닌 말로 해결하는 것이다. 만일 의견이 끝까지 일치하지 않거나 화가 많이 나더라도 절대 친구를 때려서는 안 된다고 말해준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상황을 설정해서 역할극의 형태로 대사를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말해봐. 나 지금 굉장히 화가 많이 났는데, 그것은 네가 나에게 기분 나쁘게 말해서 그런 거야. 앞으로 말조심하고 나에게 사과하면 좋겠어.”
두 번째 원인은
심리적 불만족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이든지 평소의 불안, 우울, 분노, 좌절 등의 심리적 상태가 아이의 공격적 행동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의 마음 상태를 자세하게 확인해야 한다. 아이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서 최근에 스트레스가 될 만했던 사건이 있었는지, 부모와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심적으로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도록 한다.
아이의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 파악하고 나면 우선 이해와 공감을 하도록 하자. 그리고 아이의 심리적 불만족을 건전한 방법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놀이, 음악, 미술, 체육 활동 등을 권장하며 유도한다. 공을 차거나 실외에서 뛰어노는 등 신체적 활동 및 놀이를 할 수 있고, 노래를 부르며 악기를 연주하는 등 음악적 활동을 할 수 있으며, 그림을 그리고 색칠도 하는 등 미술적 활동을 해보게끔 한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대체하면 심리적 불만족을 충족하면서 문제 행동을 소거할 수 있다.
세 번째 원인은
우월감의 확인 때문이다.
자신이 힘이 더 세고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친구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다시 말해서 남을 지배하려는 심리적 동기가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신체적인 힘으로 보상하려고 한다. 친구가 공부를 더 잘하거나 혹은 선생님에게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할 때 느끼는 질투심이나 열등감을 공격적 행동으로 보상받고 손상된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친구를 때리고 난 다음에 느끼는 감정을 물어보자. 죄책감, 불안, 후회, 두려움 등은 정상적인 감정이지만 우월감, 자신감, 우쭐한 느낌 등은 올바르지 않은 감정임을 일러준다. 또한 힘으로 친구를 제압함으로써 우월감을 느끼는 것은 잘못된 감정이며, 힘이 센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 단단한 것임을 알려준다. 평소 부모가 공부를 잘하는 친구나 사촌, 혹은 교사에게 칭찬을 많이 받는 친구와 아이를 비교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그러한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는 경우라면 더욱 주의한다. 그리고 단순히 친구를 때리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친구를 도와주는 행동까지 가르쳐야 한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결국 자기 자신을 기쁘게 만드는 것임을 깨달을 것이다.
네 번째 원인은
주변 환경의 영향 때문이다.
만일 아이의 주변 어른 중에 공격적인 사람이 있거나 부모가 아이를 때리면서 훈육하는 경우라면 아이들은 그 행동을 그대로 모방할 수 있다. 또한 미디어 매체를 통한 폭력적 장면에 노출된 아이들은 모방 심리가 자극되어 비슷한 행동을 흉내 낸다.
부모는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벌을 줄 때 절대로 아이를 때리지 않도록 한다. ‘너도 한 번 맞은 사람의 고통을 느껴봐.’라는 의도로 때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더 강한 폭력으로 약한 폭력을 제압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라는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 아이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맞을 때 상대방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는 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내가 더 크고 강해지면 누구도 나를 막지 못한다.’라는 그릇된 인식을 가질 수도 있다.
따라서,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때려서 훈육하는 방법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고 아동학대의 가능성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폭력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 스스로 폭력적인 내용의 미디어 시청을 자제한다. 아이가 우연히 부모가 보는 미디어를 잠깐이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 싸움을 할 때도 공격적인 언행은 피하도록 한다.
공격성은 사실 인간에게 내재한 본성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가 사회화되는 과정 중에 반드시 억제되어야 할 본성이다. 우리 아이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과 노력이 참으로 중요하다.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