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아의 75%가 세 살 이전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는 중이염. 일반 감기는 항생제 처방이 필요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항생제를 가장 많이 먹여야 하는 이유가 중이염입니다. 그런데 중이염은 염증 부위가 눈에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공포감도 더 커지고요. 중이염을 방치하면 청력도 떨어진다니 엄마아빠의 걱정은 배가 됩니다. 여기에 간혹 실력 없는 의사들의 겁주기식 진료도 한 몫을 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좋으련만 무턱대고 아이 엄마에게 겁부터 주고, 독한 항생제 치료를 끝도 없이 지속하니까요.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소아 중이염 증상과 치료법을 세세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육아박사 K 다이어리
소아 중이염증상과치료법
글_김종엽(건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중이염은 왜 유명해졌을까요?
중이염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귀의 구조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외이와 중이 그리고 내이라는 공간으로 말입니다. 외이는 귓바퀴에서부터, 외이도(귓구멍)를 지나 고막 바로 앞까지의 공간입니다. 중이는 고막부터 달팽이관 입구 사이의 공간을 뜻하고요. 내이는 중이보다 더 깊은 곳으로 뇌 직전까지의 공간을 모두 포함하죠. 각각의 공간에 감염이 발생하면 공간의 이름을 따서, 외이염이나 중이염, 내이염이라고 부르게 되는 거지요. 이 중 외이염은 치료가 상대적으로 쉽고, 재발도 적은 편입니다. 내이염은 아이들에게서 자주 생기는 병이 아니고요. 그래서 중이염의 악명이 높은 겁니다. 아이들에게 자주 생기고, 재발도 자주하고, 치료를 제 때 하지 않으면 합병증도 많이 발생하니까 말입니다.
중이염 발생 원인은 무엇일까요?
소아 중이염이 발생하는 때는 대게 생후 6개월에서 두 돌 사이 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 엄마의 면역 항체를 받아 나오는데요. 항체의 유효기간이 대략 6개월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기가 지나면, 아이의 면역 시스템이 직접 항체를 생산해서 자신의 몸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초기에 생산된 항체는 성능이 엄마의 항체에 비할 바가 못 되지요. 여기에 유스타키오관(귀인두관)이 거들고 나섭니다. 유스타키오관은 중이와 코를 연결하는 관입니다. 높은 산에 오르거나 비행기를 타면 귀가 먹먹해지잖아요? 그건 대기 중의 압력이 줄어들면서 중이 내 압력과 차이가 생겨 고막이 당겨지기 때문인데요. 이때 침 한 번 꿀꺽 삼키면 귀의 먹먹함이 사라지죠. 바로, 유스타키오관을 통해서 코 안의 공기가 중이로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유스타키오관은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침을 삼킬 때 살짝살짝 열려서 중이 공간을 환기 시켜주는 역할을 하지요.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축축한 곳은 세균의 안식처가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처인 겁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유스타키오관은 그 기능마저도 성인처럼 완전치 못합니다. 길이도 짧고 내경도 넓어서 공기만 환기 시켜야 하는데, 코 안의 세균도 이관을 통해 역류하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코감기에 걸렸다가도 금세 중이염까지 옮아가고요. 목감기로 시작했다가도 코감기를 거쳐 중이염으로 또 옮아갑니다. 여기서 문제는 코감기와 목감기는 대부분 아무런 후유증 없이 깨끗하게 낫지만, 중이염만큼은 또 다른 합병증을 부르거나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중이염이 항생제 치료를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급성 중이염의 치료는 무척 중요합니다. 치료는 항생제 치료가 주가 되는데요. 중이염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약 5일에서 10일 정도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합니다. 여기까지는 전국의 거의 모든 병원 의사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 이후부터가 관건입니다. 진단이 삼출성 중이염으로 이환되는 시기지요. 삼출성 중이염에서는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해서, 병의 경과가 짧아지지 않는다고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중이에 염증물이 차 있다는 이유만으로 항생제 처방을 계속하는 의사가 아직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귀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분들이지요. 귀는 좁은 귓구멍을 통해 고막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의사가 된 후에도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만 제대로 진찰을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아이들의 귀는 성인보다 훨씬 작고 협조마저 되지 않아, 경험이 많지 않고서는 관찰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삼출성 중이염과 급성 중이염의 상태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인 겁니다. 급성 중이염에서는 항생제 처방이 조속히 되지 않으면, 뇌수막염이나 뇌전증, 또는 안면신경마비 등의 무서운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두 진단이 모호하다면, 보다 위험한 진단에 맞춰 수위 높은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게 당연하지요. 안타까운 사실은 이 기간이 오히려 급성 중이염의 치료 기간보다도 더 길다는 점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삼출성 중이염의 단계는 길게 두세 달 이상 지속되기도 합니다. 열흘이면 충분했을 항생체 치료가 세 달 가까이 지속된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이가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픈 일입니다. 약을 먹여본 부모님들은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항생제가 얼마나 쓴지, 그래서 얼마나 아이들이 먹지 않으려고 떼를 쓰는지 말이지요. 그래서 독자들에게 무척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이렇게 권해 드립니다. 중이염이라는 진단 하에 시작한 항생제 치료가 한 달을 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귀 통증을 호소한다면, 한 번쯤은 상급 병원의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보세요. 물론, 세균이 생각보다 세서 항생제 치료가 길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요. 하지만, 비슷한 과정을 거쳐 외래를 찾는 중이염 환아 중 꽤 여럿은 먹던 항생제를 중단하라는 처방을 듣고 돌아간답니다. 중이염 치료는 전문의에게 맡겨주세요.
글을 쓴 김종엽은 건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의사 아빠 깜신의 육아 시크릿』, 『꽃중년 프로젝트』, 『꽃보다 군인』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게 늘 즐겁다는 그는 KBS <비타민>,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 등 꼭 알아야 할 건강 상식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