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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대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글_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어느 순간 아이의 말 속에 “~때문에”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엄마 때문에, 형아 때문에, 친구 때문에. 아이가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여 수치심 내지는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이는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의 원인을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환경 탓으로 돌리는데, 이것이 바로 ‘핑계’이다. 핑계를 대면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고, 그 결과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얻게 된다. 아이 나름대로 일종의 방어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핑계나 변명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우리 아이는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알아보자.

우울한 아이가 구석에 앉아있다.

먼저 아이가 속하는 유형과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남을 탓하는 아이다.

엄마나 형제자매 등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것이 핑계의 기본이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핑계의 이유 외에 엄마가 나의 상황을 더 잘 파악해주지 않았다는 등의 원망의 심리가 깔려 있다. 이러한 원망의 이면에는 강한 의존 욕구가 숨어 있다. 예컨대 “엄마 때문에 밥 먹고 배 아프잖아요.”라고 핑계를 대는 아이는 ‘엄마가 나의 속이 별로 좋지 않음을 미리 잘 파악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제공해 주지 않았음’에 대한 원망이 있다. 즉 엄마는 나의 생각, 감정, 욕구 등 모든 것들을 알고 있어야 마땅하고, 더 나아가 나의 문제를 다 해결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둘째, 거짓말을 하는 아이다.

보다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핑계다. 즉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가 강한 핑계의 유형이다. 예컨대 “내가 장난감을 망가뜨리지 않았어요.”라고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분명하게 인지함과 동시에 그것으로 인하여 부모님에게 야단맞는 것이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아이의 핑계가 반복되다 보면 점차 거짓말로 발전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셋째,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는 아이다.

아이는 자신의 말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즉 상황을 종료시키거나 얼버무리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말들을 계속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아이는 내면적으로 불안을 느낀다. 어떤 아이는 불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노로 발전하기도 한다. ‘방귀 낀 놈이 성낸다.’는 속담처럼 화를 냄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덮어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웃는아이가 구석에 앉아있다.

이제부터는 핑계대기의 강도에 따른 대응책에 대해서 알아보자.
1단계- ‘가벼운 핑계대기’에 대한 대응

엄마는 아이에게 그럴 수도 있음을 인정해 준다. 그러나 엄마의 생각에는 그것보다는 너의 잘못이 더 큰 요인임을 일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잘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부모의 의견 제시 정도에 그쳐서 아이가 다시 한 번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단계- ‘핑계를 꺾지 않고 강하게 주장하기’에 대한 대응

아이는 자신의 핑계가 옳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주장을 부모가 인정해주기를 바란다. 부모와의 힘겨루기 상황이 벌어진다. 이때 부모는 물러서지 않는다. 다만 아이가 스스로 인정해서 핑계를 철회하는 것까지 바라지 않는다. 아무리 네가 핑계를 고집해도 부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을 인식시켜 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이는 내가 아무리 억지 핑계를 주장해도 부모에게는 통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3단계- ‘짜증과 분노를 동반한 핑계대기’에 대한 대응

아이는 오로지 자신의 핑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짜증이나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다. 이는 일종의 협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때 부모는 절대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은 채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차분해질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수 있음을 설명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핑계를 다 용납하는 것은 아니다. 핑계대기의 적신호가 있는데, 이 경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 남 탓을 하며 미움, 적개심, 증오 등의 부정적 감정이 동반되는 아이의 경우, 감정을 잠재울 수 있게끔 아이를 달래주고 아이의 생각에 대한 교정이 필요하므로 전문가의 도움이 요망된다.
* 거짓말 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거나 혹은 재미있어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는 도덕 발달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일 수 있으니 평소 도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이것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며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거나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이는 향후 분노 조절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급적 아이를 크게 자극하지 않고 차분한 감정 상태로 돌아갈 수 있게끔 늘 노력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모가 평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엄마/아빠가 ~~해서 이렇게 되었구나. 앞으로는 ~~해야 하겠다.”라는 식으로 독백을 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자주 보여주어야 한다. 잘못을 남의 탓이 아닌 본인의 탓으로 돌리는 방법을 아이에게 직접 가르쳐 주는 셈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글을 쓴 손석한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