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텁게 썰어 산처럼 올려놓는 투박한 목포 민어
여름 보양식으로 최고다
자고로 음식은 불편하더라도 현지에서 그곳 바람을 쏘이며 잘 만지는 주인이 재빠르게 조리한 제철 재료를 동네 막걸리 곁들여 느리게 즐겨야 하는 법이다. 매년 한 번은 들르는 단골 민어집이 목포 유달산 아래 있다. 여느 날처럼 알전구가 매달린 구석 골방으로 들어가 민어로 할 수 있는 요리를 모조리 시키고, 목포 막걸리 한 병을 들이도록 주문했다. 두 명이 먹기 딱 좋은 민어회 한 접시와 무침, 전, 탕까지 차례로 나왔다. 신이 난 젓가락은 망둥이처럼 덤벙댄다. 바닷가 아니랄까 회 접시는 무디다. 민어살을 쑴벙쑴벙 투박하게 썰어 양배추 위에 산처럼 쌓았다. 올해는 민어가 안 잡혀 비싸다더니 값을 못 올리는 대신 양이 줄었다. 먹기 바빠 투정이 쏙 들어간다. 동행과 막걸리 잔을 부딪치고, 복숭아 꽃잎처럼 분홍색이 도는 살점을 이 집만의 비결인 ‘막걸리 초장’에 푹 담가 먹는다. 막걸리 식초가 주는 감미롭고 풍부한 맛이 민어의 부드러운 살집과 어우러져 농밀하게 번진다. 어쩌면 이 초장이야말로 이 집에 사람들의 발길을 30년 이상 묶어 놓은 비결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