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 찡한 겨울, 역사의 섬 강화도로 향한다. <미스터 션샤인>의 감동이 살아나는 강화도의 전적지와 세계문화유산 고인돌의 신비 속에서 묵직한 시간의 흐름을 마주한다. 레트로 감성 가득한 옛 방직공장에서 온기를 나누고, 풍물시장의 매콤한 밴댕이 회무침으로 겨울 입맛을 깨운다. 보문사의 눈썹바위에 올라 소원을 빌고 민머루의 붉은 낙조를 품으며 새해를 뜨겁게 시작해 보자.
< 추천여행코스 >

드라마의 한 장면이 그려지는 덕진진과 광성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1회에서는 신미양요가 실감나게 그려진다. 화면을 압도했던 포성과 자욱한 연기를 기억한다면, 강화도의 덕진진과 광성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와 강화도를 잇는 초지대교를 건너면 초지진과 덕진진, 광성보를 순서대로 둘러볼 수 있다. 덕진진은 덕포진과 더불어 바다의 관문을 지키는 강화도 제1의 포대였다. 강화 12진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던 덕진진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가장 치열한 포격전이 벌어진 곳이다. 덕진돈대 앞쪽에는 흥선대원군이 세운 경고비가 있어 강렬한 쇄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광성보는 고려가 몽골의 침략에 대항하며 강화로 천도한 후에 돌과 흙을 섞어 길게 쌓은 성이다. 1871년 6월 11일, 미군이 광성보를 총공격했을 때, 압도적인 화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조선군은 퇴각하는 대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포탄이 떨어지면 돌을 던지고, 칼이 부러지면 흙을 뿌리며 싸웠던 처절한 전투. 이곳에서 조선군 350여 명이 전사했다. 당시 미군 기록에는 "조선군은 단 한 명의 투항자도 없이 마지막까지 용맹하게 싸웠다"고 적혀 있다. 가장 높은 곳인 손돌목돈대에 오르면 소용돌이치는 물살과 깎아지른 절벽이 내려다보인다. 왜 이곳이 최후의 보루가 되었는지 알 것 같은 풍경이다.
강화 덕진진
주소 인천 강화군 불은면 덕성리 846
전화 032-930-7074
강화 광성보
주소 인천 강화군 불은면 덕성리 833
전화 032-930-7070
여행안내 강화도의 전적지 중에서 초지진, 덕진진은 관람료가 무료이나 광성보는 성인 1,500원, 어린이·청소년·군인 1,1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흥미진진한 고인돌, 강화역사박물관

강화역사박물관은 강화에서 출토된 선사시대 유물들과 근현대사를 망라한 상설전시실을 운영한다. 실제 유물뿐만 아니라 고인돌을 만드는 과정이나, 정족산성 전투, 강화도 조약의 현장을 세심하게 재현해두어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다. 영상실에서는 고인돌과 초지진 소나무의 대화를 통해 강화가 간직한 전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들려준다.
역사박물관 건너편의 고인돌 공원을 둘러보자. 넓직한 공원 한가운데 고인돌이 놓였다. 강화도 지석묘다. 동북아시아 고인돌의 흐름과 변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유적이어서,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공원 주위에는 프랑스의 카르낙 열석, 칠레의 모아이 석상, 영구의 스톤헨지의 모형 등이 놓여있어 세계 고인돌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강화역사박물관
주소 인천 강화군 하점면 강화대로 994-19 강화역사박물관
전화 032-934-7887

면직물 염색 공장의 변신, 소창체험관

70년대까지만 해도 근방엔 조양방직, 평화직물 같은 60여 곳의 공장이 번성했다. 주로 기저귀나 이불 안감으로 쓰던 소창이나 인감을 생산했다. 대구, 수원과 더불어 전국 3대 면직물 생산지로 꼽히며 승승장구했지만 대구의 현대적인 의류 산업이 번창하면서 이곳의 면직물 산업은 쇠퇴했다. 염색공장이었던 옛 평화직물 터를 리모델링해 2017년에 소창체험관을 개관했다.

소창은 23수의 면직물로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직물이다. 소창에 다양한 그림을 그려 손수건을 만드는 체험과 한옥을 입고 사진을 찍는 체험이 인기다.
소창체험관
주소 인천 강화군 강화읍 남문안길20번길 8
전화 032-934-2500
새해 소원을 빌어보는 보문사


석모도의 보문사는 남해의 보리암, 양양의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다. 일주문을 지나 올라가다 보면 각양각색의 표정을 한 오백나한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찰 앞마당에는 천연동굴을 이용한 석굴 사원이 자리했다. 바다에서 건져 올렸다는 나한을 모셨다는 전설 때문에 나한전이라고도 한다.
보문사의 백미는 눈썹바위 아래의 마애불상이다. 돌층계를 쉬엄쉬엄 올라가면 많이 힘들지 않으니 포기하지 말고 올라가 보자. 소원을 이루어주는 길이라고 하니 마음속 작은 소망하나 꺼내들고 걷는다. 새벽 동틀 무렵 들려오는 보문사 앞바다의 파도소리와 눈썹바위 아래로 내려다보는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탁 트인 풍경을 눈에 담고 내려오면 벌써 소원이 다 이루어진 기분이 든다.
보문사
주소 인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828번길 44
전화 032-933-8271

석양이 아름다운 민머루 해수욕장

겨울 석양은 바다에서 봐야 제맛이다. 서해의 낭만은 붉게 물드는 석양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과 가까우면서 겨울 바다의 낭만을 즐기기 좋은 민머루 해수욕장으로 가보자.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해지기 전에 섬을 빠져나오는 배를 타느라 바빴지만, 이제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여유를 부릴 수 있어 좋다.
푸르스름하던 하늘이 서서히 따뜻한 색으로 변하는 동안 짧았던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해를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섭섭한 일이나 원망스러웠던 일들은 모두 털어버리고, 여행을 다닐 만큼 건강함에 감사하며 붉은 태양만큼이나 강렬한 열정의 불씨를 마음에 품고 한 해를 시작해 보자.
민머루 해수욕장
주소인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872 민머루해수욕장

< 추천 숙박 >

강화도의 예쁜 해변에는 어김없이 펜션이 지어져 있으니 취향껏 골라보자. 최근에는 규모가 큰 리조트나 풀빌라, 스파를 갖춘 펜션이 늘었다. 캠핑, 글램핑이나 카라반을 운영하는 캠핑장과 펜션도 많다. 민머루해수욕장에서 석양을 보고 난 후 저녁을 먹고 1박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들이 다양하다.
강화의 맛
겨울 강화도를 찾아갈 때면 강화풍물시장에서 신선한 밴댕이 회무침을 맛볼 생각에 신이 나서 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시장통 어머님들이 저마다 손맛을 뽐내는 맵싸한 순무 김치도 한 통 구매하고, 강화인삼막걸리도 기념삼아 댓병으로 구입한다. 옛 방직공장 터에 자리잡고 앉아 따뜻한 커피를 한 잔 하는 시간이 참으로 꿀맛이다.
< 밴댕이무침과 순무김치를 맛보러 강화풍물시장 >



외포리 선착장, 보문사 입구, 강화풍물시장 등 강화도 어디에서나 밴댕이 회무침을 맛볼 수 있다. 강화도 특산품인 인삼막걸리를 한 잔 곁들이면 최고다. 강화풍물시장에 들르면 싱싱한 밴댕이를 회치는 빠른 손놀림도 구경하고, 사자발쑥의 싱그러운 향기도 맡고, 아삭아삭한 순무김치도 맛볼 수 있다. 2층에는 식당이 주르르 자리했는데, 대부분의 메뉴가 비슷하다. 밴댕이 정식을 시켜 밴댕이 회무침에 비벼먹는 밥맛이 꿀맛이다.
강화풍물시장
주소 인천 강화군 강화읍 중앙로 17-9
전화 032-934-1318
휴무 2일과 7일에 오일장, 첫째 셋째 월요일 정기 휴무, 월요일이 공휴일/오일장일 경우 익일 휴무
가격 순무밴댕이정식 2인 35,000원
<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조양방직 >

버려진 공장이 카페로 변신했다. 내부 공간을 다양한 그림과 조각품으로 채웠다. 옛날식 화장실의 바닥을 막고 칸마다 그림을 넣어두는가 하면, 1969년의 달력을 벽에 붙여 두고, 그 시대의 영화 포스터를 곳곳에 놓아두었다. 방직 공장이었던 공간의 의미도 되살렸다. 방직 기계가 있던 작업대를 자연스럽게 테이블로 활용하고, 재봉틀이 올려진 테이블도 그대로 사용한다. 카페인지 미술관인지 박물관인지 모를만큼 다채로운 공간은 눈길 닿는 모든 곳이 근사한 포토존이다. 공장의 역사와 시대의 향수와 카페의 추억이 버무려지는 곳. 커피 한 모금에 추억 하나를 떠올리며 오래된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조양방직
주소 인천 강화군 강화읍 향나무길5번길 12 조양방직
전화 0507-1307-2192
가격 아메리카노 7,000원, 코코넛 라떼 8,000원

글/사진_배나영
<리얼 국내여행>, <리얼 방콕>, <리얼 코타키나발루> 등을 썼다. 북튜브 ‘배나영의 Voice Plus+’를 운영한다. Instagram @lovelyba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