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대소변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 본인은 물론 부모도 크게 당황스럽고 걱정을 하게 된다. 주변에서 알게 되면 아이가 놀림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배설 문제가 있다면, 이는 아이의 정상 발달에 필수적인 능력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바로잡아야 한다.
만일 대소변 문제가 지속되면, 아이의 자존감 저하는 물론 사회 적응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나 형제자매의 비난, 친구들의 놀림, 감각적인 불쾌감 등에 의해 아이의 자존감이 급속하게 낮아지고, 향후 견학이나 캠프 활동 등 집단생활 참여에도 제한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배설 문제는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생활 속 각종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대소변 문제를 바로잡는 것 자체가 아이의 심리적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문제를 통해 아이의 현재 심리 상태와 환경적 요인을 이해할 수 있다. 부모의 노력으로 아이가 배설을 조절하는 능력을 획득하면 자신감이 향상되고, 다른 조절 능력의 발달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신체 생리적 현상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이 본인 또한 큰 기쁨을 느낄 것이다.
배설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법
첫째, 부모의 무관심 또는 방임의 결과
부모의 양육 과정에서 배설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이다. 부모가 아이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혹은 방임한 결과로 배변 조절 능력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때는 아이의 전체적인 위생 상태가 불량한 경향을 보인다.

만일 그러하다면, 아이의 발달 수준이 부모의 노력과 상당한 연관이 있음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언젠가는 아이가 알아서 배설 조절 능력을 갖출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더라도, 현재 아이가 느끼는 불편함, 수치심, 다른 발달 영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하여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부모의 강압적인 양육 태도
배변 훈련 과정에서 부모의 강압적인 대응 방식이 있었던 경우이다. 훈련 과정에서 아이가 잘 해내지 못했을 때 가혹한 처벌이나 비난을 할 경우 아이의 마음은 위축된다. 그 결과 아이의 마음이 긴장되고 불안해져서 배변 훈련이 더 늦어지고, 결과적으로 배변 문제가 생긴다.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부모의 양육 태도는 아이에게 적대감을 생기게 만들며,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부모에게 대항하는 방법으로서 변을 지리는 방법을 선택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부모가 아이의 지린 대변을 보고 속상해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이가 할 수 있는 대항 또는 복수의 방법인 것이다.

사실 배변 훈련 시기는 일반적으로 생후 18~24개월이 적당하다. 그러나 부모가 배변 훈련을 시작하려고 해도 아이에게 신체적으로 방광이나 괄약근의 성장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대소변 가리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부모는 개인차를 고려하여 배변 훈련 기간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강압적으로 배변 훈련을 강행하기보다는 기다려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즉, 지금보다 더 수용적인 양육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아이가 비록 대변을 지리거나 제대로 배변하지 못하더라도 심하게 야단치지 않으며,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양육 태도를 더욱 수용적인 태도로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대변 지리는 증상을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다. 대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아이 자신도 수치심, 실망감, 불안 등의 부정적 심리 상태에 놓여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부모가 아이를 안심시켜 주는 말을 해줘야 한다.

셋째, 신체 생리적 기능의 이상
우선, 방광을 포함한 비뇨기계의 이상이 있을 수 있다. 대개 방광의 기능적 용적이 작고, 발달 지연이 동반되어 있으며, 방광이나 요로의 감염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항문의 내부 및 외부 괄약근의 발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즉, 괄약근의 수축과 활성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개 다른 전반적인 발달 자체가 함께 동반되어 있다.
수면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즉, 밤에 너무 깊은 잠을 자게 되어 요의가 느껴질 때 깨지 못하게 되는, 각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때 아이는 소변을 보는 꿈을 꾸면서 이불을 적신다. 잠결에 자신이 소변보는 것을 인식하면서 ‘아! 이불에 싸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호르몬에 이상이 있는 경우
특히 밤 동안에 항(抗)이뇨호르몬의 분비가 부족하면 야뇨증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야뇨증의 치료 방법으로 항이뇨호르몬 약물이 투여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병·의원에서의 진료 및 검사 과정이 필요하다.
야뇨증이란?
이차성 야뇨증의 경우 생활사적인 스트레스 사건이 선행되는 경우가 많기에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심리치료를 통해서 아이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이해 및 공감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편, ‘병적인 야뇨증’은 아이의 생활 연령이 5세는 되어야 진단을 내린다. 주 2회 이상 최소 3개월 이상 반복해서 소변을 지릴 때이다. 유분증은 생활 연령 4세 이상의 아이가 월 1회 이상 최소 3개월 이상 반복적으로 대변을 지릴 때이다. 이 둘을 합쳐서 ‘배설 장애’라고 한다.


밤에 소변을 보는 문제가 있는 아이의 경우 부모는 아이와 함께 자는 것을 고려해보자. 아이가 자는 동안 몸을 뒤척이거나 깰 것 같은 순간을 부모가 감지하여 아이를 실제로 깨운 다음에 함께 화장실을 다녀온다. 야뇨증이 있는 아이는 자는 중간 소변이 마려운 것을 어렴풋이 느끼지만 실제로 일어나서 소변을 보고 오지 못하기에, 부모가 아이의 각성과 배뇨 행동을 도와주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가 자다 깨서 소변을 보고 왔다면, 부모는 반드시 칭찬해 줘야 한다. 그래야 긍정적인 행동이 강화되어 지속될 수 있다.
넷째, 정신적인 스트레스
동생의 출생, 입원, 부모와의 이별, 부모의 별거 또는 이혼, 입학, 이사, 전학 등의 생활 사건이 아이에게 심리적 스트레스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개 대변보다 소변을 지리는 증상으로 더 많이 나타난다.
이미 소변을 잘 가렸던 아이가 다시 못 가리게 되는 것은 일종의 발달적 퇴행이다. 이 현상은 심리적 어려움의 표현임과 동시에, 자신이 발달 단계상 더 어려짐으로써 부모에게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을 얻기 위한 심리적 동기가 작용한다.


대변을 잘 못 가리는 아이는 소변을 못 가리는 아이보다 일반적으로 부모-자녀 간의 관계에서 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겪는 부정적 감정을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만 해도 그 정도가 줄어드는 것은 ‘환기(ventilation)’ 효과 때문이다. 마치 방 안의 탁한 공기를 창문을 열어 맑은 공기로 바꾸는 것처럼,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말로 표현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는다.

아이가 대소변 실수를 했을 때 절대 야단치지 않아야 한다. 대소변 문제는 생리적 현상이며, 아이의 의도가 전혀 없고, 실제로 가장 힘든 사람은 아이 자신이다. 야단을 친다면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더욱 위축시켜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부모의 현명한 대처와 올바른 양육이 중요하다.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