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식품에 가까운 두부의 우수성

두부는 흔히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불린다. 단독으로 먹을 때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돋보이며, 다른 식재료와 만났을 때 비로소 그 진가가 완전히 드러난다. 특유의 모나지 않은 맛이 다양한 음식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영양 측면에서도 두부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주재료인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칭처럼 단백질 함량이 높고, 무엇보다 소화 흡수율이 뛰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두부를 ‘완전식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 역시 오래전부터 두부의 우수성을 알고 있었다. 고려 시대 성리학자였던 ‘이색(李穡)’이 쓴 시 <대사구두부내향>은 두부의 맛과 영양을 극찬한 대표적 사례다.
오랫동안 맛없는 채소국만 먹다 보니
두부가 마치 금방 썰어 낸 비계 같군
성근 이로 먹기에는 두부가 그저 그만
늙은 몸을 참으로 보양할 수 있겠도다
두부가 마치 고기처럼 맛이 좋으며, 치아가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보양식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두부는 ‘뼈가 없는 고기(무골육, 無骨肉)’ 또는 ‘콩에서 얻은 우유(숙유, 菽乳)’와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모두 두부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낸 표현들이다. 이처럼 두부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오랫동안 영양의 중심을 담당해 온 든든한 식재료이자 지혜의 산물이었다.

종주국을 뛰어넘은 조선의 두부

우리나라의 두부 제조 기술은 오래전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고려 말 원나라에서 건너온 두부는 조선 시대에 이르러 꽃을 피우는데, 당시의 기록을 보면 그 수준이 상당히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최초의 미식 칼럼니스트로 불리는 허균은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1611)>에서 “서울 창의문 밖 사람이 두부를 잘 만들며 그 연하고 매끄러운 맛이 이루 말할 수 없다”라고 기록했다. 조선의 두부 제조 기술이 이미 절정에 달해 있었다는 방증이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의 두부를 극찬한 이가 비단 조선 사람들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두부는 왕실에서도 즐겨 먹는 음식이었고, 주변국인 명나라 황제 역시 조선의 두부 맛에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세종 14년에 명나라 황제가 보낸 칙서에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조선에서 명나라로 보낸 궁녀들의 음식 솜씨를 극찬하며, 영리한 여성 십 여 명을 선별해 반찬, 음식, 두부 만드는 기술을 숙달해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이처럼 조선시대 두부 맛은 이미 종주국인 중국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조선의 두부가 얼마나 맛있었던지, 우리에게 두부를 전해준 나라에 다시 그 기술을 역수출하게 된 자랑스러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한국인이 탄생시킨 일본 명물 ‘당인 두부’

그렇다면 일본의 두부는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쳤을까. 과거 일본 두부는 조선의 두부보다 훨씬 연하고 부드러운 편이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포로로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에 의해 단단한 조선식 두부 기술이 전해지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 영향으로 탄생한 두부가 지금 일본의 명물로 꼽히는 ‘당인 두부’다.
당인두부는 표면이 까칠하고 단단하며, 향과 맛이 독특한 고치시의 특산품이다. 이 두부의 기원에는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이 있었는데, 바로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박호인이라는 인물이다. 고치시의 영주 ‘조소카베 모토치카’는 조선에서 돌아올 때 박호인을 포함한 조선인 포로 20여 명을 데려갔고, 이들에게 두부 제조를 맡겼다. 박호인은 1617년 조선통신사 일행이 일본에 억류된 조선인 포로를 데리고 돌아오기 전까지 약 20년 동안 일본에서 두부를 만들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두부가 바로 일본 명물 당인두부의 뿌리가 되었으며, 이름 속 ‘당(唐)’은 당나라가 아니라 ‘외국인’을 뜻한다. 외국인인 조선인 기술자가 만든 두부였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인의 기술이 일본에서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우리의 뛰어난 두부 제조 기술의 수준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한국의 두부
이렇게 자랑스러운 한국 두부가 최근 화려하게 변신하여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메인 식사 메뉴에 활용되는 것은 물론이요,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 디저트의 영역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두부가 디저트 영역에서 빛을 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한국 두부 고유의 조직감 덕분이다. 세밀한 압착 공정을 거쳐 단단하면서도 매끄러운 조직감을 갖추어 두부를 튀기거나 갈아도 쉽게 부서지지 않고, 크리미하면서도 탄력 있는 질감을 유지한다. 이러한 안정된 조직감은 다양한 2차 가공 제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두부 아이스크림, 두부 케이크
유제품으로 만든 디저트보다 뒷맛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두부의 응고 기술은 콩 비린내를 줄이고 고소한 향을 살리는 방향으로 오랜 시간 정교하게 발전해 왔으며, 그 결과 디저트에서도 맑고 깨끗한 풍미가 구현된다. 여기에 연유, 흑임자, 인절미 등 한국 전통 식재료가 더해진 레시피가 등장하면서, 두부 디저트는 K-푸드 열풍과 함께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전하고 있다.


두부 스낵
두부를 활용한 스낵류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얇게 슬라이스한 두부를 바삭하게 구워 만든 단백질 칩은 ‘저칼로리’, ‘글루텐프리’를 내세우며 건강 간식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바비큐, 사워크림, 스파이시, 김치, 불고기 등 현지 입맛에 맞춘 시즈닝을 더해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두부 스낵은 소셜미디어에서 ‘신기한 K-디저트’로 통하며 MZ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관심받고 있다.
이제 두부는 더 이상 비건을 위한 대체 식품이나 전통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랜 세월 축적된 기술이 더해지며 세계의 식탁에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다. 두부 한 모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지금, 다음 장을 향해 나아갈 K-두부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다.
요리를 더 간편하게, 더 맛있게 즐기고 싶다면?
간단요리사 진한콩국물과 함께라면
콩의 영양과 맛을 편하게 즐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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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소개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영양사 출신의 요리 연구가 및 푸드 칼럼니스트로서 쿠킹 클래스, 인문학 강의, 방송, 심사의원까지 다채롭게 활동 중이다.
한국일보 <이주현의 맛있는 음식인문학>외 다양한 칼럼을 통해 음식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