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름이 되어서 무더위가 시작되면 땀도 많이 흘리고,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도무지 씻으려고 하지 않아서 부모를 속상하게 만든다. 씻기려는 부모와 도망치는 아이의 실랑이도 종종 벌어지곤 한다.
아이의 위생 문제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는 아이의 개인위생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책무가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손을 잘 씻지 않으면 식중독을 비롯한 각종 감염성 질환에 걸리기 쉽다. 특정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가장 기본적인 예방 수칙은 바로 손 씻기다. 특히 아이들은 교육기관에서 집단생활을 하므로 한 아이가 병에 걸리면 다른 아이로 쉽게 옮겨간다.
또한 올바른 생활 규칙을 습관화시켜 사회적 순응 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손발 씻기나 얼굴 씻기 같은 것은 아이에게 다소 귀찮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부모나 선생님의 지시대로 잘 수행하는 아이는 다른 생활 규칙들도 잘 지킬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실행 능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 실행 능력이란 말 그대로 자신이 뜻하거나 생각한 내용을 실천으로 옮기는 능력을 말한다. 식사 전에 ‘손을 씻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씻지 않고 식사를 시작하는 아이와 손을 씻은 다음 식사하는 아이 간의 실행 능력은 분명하게 차이가 난다.
아이가 잘 씻지 않으려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 개인위생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양육 과정에서 개인위생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경우다. 부모가 아이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혹은 방임한 결과 개인위생 습관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부모가 어려서부터 개인위생을 교육했고, 실제로 습관화되게끔 지도했던 노력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아이 자신은 별로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어도 부모의 말처럼 당장 병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아이는 자신의 경험적 판단을 더 믿게 된다.
이 경우 먼저 손 씻기 같은 개인위생의 중요성과 구체적 방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막연하게 손을 잘 씻으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손을 안 씻으면 나쁜 세균이 몸에 들어와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식으로 연관성을 설명해 주면 좋다. 손을 씻지 않아서 세균이 몸속에 들어오더라도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작용하여 세균을 물리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에 처음부터 세균의 침투를 막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잘 가르쳐준다. 비누칠을 올바르게 하는 방법도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직접 시범도 보여준다
그리고 가정에서 부모는 아이 앞에서 모범적인 행동을 보인다.
의식적으로 자주 손을 씻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양치질을 즐겁게 하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욕실로 들어가서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한 채 손 씻기를 함께 할 수 있다면 아이의 문제 행동 교정에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손 씻기와 관련되는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두 번째,부모의 과잉 보호적인 양육 태도 때문이다.
아이가 손 씻기를 힘들어하거나 싫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 부모가 젖은 물수건으로 아이의 손을 닦아줬을 것이다. 심지어 얼굴과 발도 닦아줬을 것이고, 양치질도 부모가 직접 해 줬을 것이다. 욕실에서 아이 스스로 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되게끔 커왔을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부모는 아이의 서투른 씻기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 스스로 해내게끔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아이의 특정한 성향 때문이다.
먼저 매사 귀찮다고 여기는 게으른 성향의 아이다. 부모가 아무리 재촉을 해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나중으로 미루고 결국 씻지도 않고 잠드는 아이다. 반항적인 성향의 아이도 그러하다. 부모가 뭔가를 지시하는 것에 대해서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행동하거나 혹은 꾸물대면서 결국 수행하지 않는 아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는 것 자체를 매우 싫어하고, 권위에 대한 반감도 가지고 있다.
또한 감각적으로 매우 예민한 아이도 안 씻으려고 할 수 있다. 물이 자기 피부에 닿는 느낌을 진짜 싫어한다. 양치할 때도 치약 냄새 싫다며 안 하고, 미끌미끌한 느낌이 싫다면서 세수한 다음 로션도 안 바르려고 한다.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지도 방법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칭찬하고 상을 주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아이의 손을 씻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반드시 칭찬해준다. 과거보다 매우 발전했다는 것을 인정해 줌과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거실 벽에 일정표를 크게 붙여서 스티커를 붙여나가는 것도 좋다. 또는 아이 스스로 동그라미나 별표를 그리게 하는 것도 좋다. 아이의 자율성을 더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시각적인 효과가 있을뿐더러 아이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 스티커를 열네 개 모으면, 즉 1일 2회씩 한 주의 씻기 과제를 마치면 ‘씻기 왕’이라는 호칭을 부여하거나 작은 선물을 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너무 큰 상은 오히려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 사실 ‘씻기’는 앞으로 늘 해야 할 일이고, 그것 자체가 보상 받을만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기에 아이의 행동이 습관화되기까지 임시방편으로 필요한 보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잘 씻는 아이로 키워보자. 그래서 개인위생을 잘 관리하는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나게끔 도와주는 부모가 되어보자.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