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새 학교와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래도 새 학기 새 친구를 맞이하게 되며 아이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을 하게 된다. 낯설고 새로운 환경과 더불어 변화 자체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게 만든다.
그런데 일부 아이들은 유독 새 학기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한다.
먼저 사례별로 살펴보자.
첫째, 내성적이고 무척 소심한 성격의 아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내일이 오는 것을 걱정하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부모는 아이에게 내일 만나는 친구들이 어떤 아이들일지 상상하게끔 해본다. 이때 먼저 아이가 바라고 기대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게끔 한다. 아이가 기대에 부풀어서 신나게 얘기할 것이다. 반대로 싫은 친구의 모습도 예상해보게끔 한다. 둘 다 상상하게끔 한 후 엄마 생각에는 좋은 친구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말을 해준다. 만일 싫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그들을 피하면 될 것이고, 그들과 다투지 않게끔 엄마와 의논해가면서 지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즉 긍정적 예측을 많이 하게끔 해주고, 예상되는 어려움에 마주쳐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을 알려주어 아이를 안심시킨다.
둘째, 새 단짝친구를 사귄 아이.
문제는 아이가 그 단짝 친구가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니는 상황이다. 아이는 힘들어 하면서도 그 아이에게 다 맞춰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싫어하는 것을 싫다고 말하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 아이는 자신이 싫다고 말할 때 단짝친구가 자신을 떠날까 봐 두려워한다. 이때 부모는 네가 싫다고 말을 하면 그 친구는 네 말을 받아줄 것이라고 말해주자. 만일 그러지 않는 친구라면 아무리 단짝친구이어도 좋은 친구가 아님을 알려준다. 나중에 다른 친구를 사귀어보는 것이 더 낫겠다는 말도 덧붙여주자. 서로 상대방을 위하고 존중해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임을 깨닫게 해준다.
셋째,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반이 달라지면
다른 아이와 더 친해진 것 같다며 힘들어하는 아이.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 일단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다음 반이 바뀌며 새로운 친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해준다. 만일 계속 같은 반이 되었다면 너의 가장 친한 친구로 남아있을 것이라고도 말해주자. 즉 다른 아이와 더 친해진 이유가 반이 바뀐 것 때문이지 네가 싫어져서가 아님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얼마든지 새로운 친구가 생겨서 새롭게 친해질 수 있음도 알려준다. 학년이 바뀌면서 새로운 친구가 늘 생겨남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끔 도와주자.
넷째, 아이가 장난을 좋아해 친구들에게 표현이 다소 거친 경우.
친구들과 잘 놀다가도 한 번씩 부딪치는 아이. 부모가 주의를 줘도 자꾸 잊어버리는지 반복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장난을 좋아하는 것이 때로는 친구들에게 재미있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친구들이 싫어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차려서 장난을 멈추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친구가 몸을 아이 반대편으로 움직이거나, 얼굴을 찡그리거나, 싫다거나 하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등의 신호를 보낼 때 장난치는 행동을 멈출 것을 잘 알려준다. 역할극의 형태로 상황을 연습해보는 것도 좋다.
새 학기, 아이가 더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단짝 친구의 존재다.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모든 것들이 낯설고 새로워 불안과 긴장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만일 아이가 단짝 친구 만들기에 성공한다면,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면서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등교할 때의 즐거움이다. 학교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단짝을 만날 수 있다고 기대할 테니 기꺼이 등교에 나설 것이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방과 후 집에서도 단짝 친구와의 만남이 이어지면 더욱 좋다. 대개 이 시기의 단짝친구는 동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유아기 때는 성별의 구분 없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만, 초등학교 이후 사춘기 이전까지는 동성의 친구들을 더욱 좋아하는 것이 발달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 두려움을 느끼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경우 심리적인 안정이나 스트레스 해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래와 같은 신체적 및 정신적 질환까지 나타날 수 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부모로서 아이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다음 아이가 힘든 이유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에게 여러 가지 자세한 질문들을 던지자. 이 과정에서 아이가 어떠한 말을 하든지 간에 부모가 도와주겠다는 메시지와 태도를 전달해야 대화가 지속될 수 있으며, 아이의 솔직한 대답을 이끌어낼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대답 내용에 따라서 환경적 조정을 할 수 있다. 예컨대 공부가 너무 힘들고 어렵다는 대답을 들으면, 공부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아이에게 노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 친구가 괴롭힌다고 말하면 학교에 알려서 교사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선생님이 무섭다고 말하는 아이의 경우에도 역시 선생님에게 아이의 마음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새 학기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에게 전반적으로 부모가 들려줄 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위로와 공감의 말이 제일 중요하다.“네가 힘들다고 하니까 엄마의 마음도 많이 아프다.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라고 말해주자.
둘째, 그런 다음에 부모의 안심시키기와 도움 제공의 약속이 중요하다. “이제 엄마가 알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안심해.”라는 말과 함께 “엄마가 너를 도와줄 테니 이제부터 걱정하지 마.”라는 말이다.
셋째,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예측을 해 준다. “조금 지나면 나아질 것이야.”와 “지금 어렵고 힘들지만 결국 다 잘 해결될 것이야.”라는 말이다. 부모의 긍정적 예측이 아이의 마음속에서 자리 잡을 때 놀랍고도 신기하게 아이도 실제로 그런 현상을 경험하면서 앞으로의 세상을 헤쳐나가는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필요한 능력이다. 아이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더욱 더 잘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은 우리 부모의 몫이다.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