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김정은님
“딸 이번엔 내려와?”
고향에서 걸려온 엄마의 전화. 작년 2월 발생한 코로나19로 엄마를 뵙지 못한지 한참 됐다. 작년만 해도 분기에 한 번씩은 찾아봬 얼굴을 맞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고작 1년 사이에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일상은 아직도 적응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뵌 게 벌써 지난 1월 설이다. 그 이후로 고향에 내려갈 기회는 있었지만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다. 이제 내려가야지 싶으면 확진자 수가 훅 늘어난다든지, 회사에 큰 일이 터진다든지. 그럴 때마다 엄마의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엄마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이 뭘까? 코로나 시국에 맞게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 머리에 딱 떠오른 건 바로 ‘베지밀 검은콩 두유’. 고소한 맛을 좋아해 검은콩 두유를 달고 살았던 우리 엄마. “이 한 팩이면 오늘 영양 걱정할 필요도 없어.” 하며 매일같이 마셨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딸, 이런 걸 왜 또 다 보내고 그래~.” 아닌 척하시지만 기쁨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비록 예전처럼 자주 찾아뵐 수 없지만 멀리서나마 엄마가 좋아하는 두유가 많은 위로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결되어 내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할 때, 엄마가 나를 보고 싶어 할 때 마음껏 고향에 가고 싶다. 그날이 오면 양손 가득 베지밀 검은콩 두유를 들고 찾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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