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마음으로


베지밀이 연결해준 아들과의 추억

대구 달서구 김두학님

생각해보면 나는 무뚝뚝한 아버지였다. 어려웠던 시절이었고 생계를 책임지는 게 우선이었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했던 내 옷에는 늘 검은 기름때가 묻어있었다. 20살 때부터 정비공이었던 나는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다.

정비소는 매우 바쁘게 돌아갔다. 밤늦게 집에 가면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반겨주었지만, 작업복의 초라한 내 모습에 내심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손톱 사이 검은 기름때 때문에 아이를 안을 때 손가락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행여나 아이 옷에 기름때와 냄새가 밸까 봐 걱정했다. 나의 이런 행동에 아이들이 품에 안기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밀쳐냈고 그때 나의 행동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

잦은 연장근무와 쉴 새 없이 바쁜 탓에 일터와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했다. 하루는 첫째 아들 초등학교 3학년 아들 형우가 하굣길에 내가 일하는 정비소에 찾아왔다. 집에 놓고 온 물건이 있어서 일터로 가져와 달라고 아내에게 연락했는데 아들인 형우가 아내 대신 찾아온 것이다. 바쁜 와중에 아이에게 고맙다고 말 한마디 못하고, 냉장고에 있는 베지밀 한 병을 손에 쥐여주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 후로 몇 번 더 아들은 내가 일하는 공업소에 들리곤 했다.

"형우야 무슨 일 있어? "
"아니요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렸어요"
나는 바쁜 나머지 시큰둥하게 형우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또다시 아들이 찾아왔다. 나는 왜 또 왔느냐고 다그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날 밤 아내가 형우 이야기를 꺼냈다. 그날 서류 전달한 날 아빠가 전해준 베지밀이 아주 맛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빠한테 가서 또 달라고 하면 줄까? 이런 고민을 아내에게 했고 아내는 아빠한테 가면 얼마든지 줄 거라고 말을 했단다.
하지만 살갑지 않게 대한 내 행동에 아이는 베지밀이 먹고 싶다고 말 한마디 못하고, 바쁜 내 모습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아내 말을 듣고 나서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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