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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행복 육아

공격성을 보이는 아이,
부모의 문제는 무엇일까?

글_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지난 호에 공격성을 보이는 아이의 원인적 측면과 함께 적절한 대응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독자들의 많은 공감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부모의 책임감을 고려하여 부모 차원에서 아이의 공격성에 대한 원인을 짚어보는 것은 어떠한지 의견이 대두됐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아이에게 공격성을 심거나 유발할 수 있는 부모의 모습에 대해 알아보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도 있듯이 부모는 아이의 공격적 언행에 대해 상당 부분 원인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 스스로 자신을 돌아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도모해야 옳지 않겠는가?

아빠와 아이

첫 번째,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떠올려 보자.

눈을 감고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잘 떠오르지 않을 수 있으나 점차 몰입하다 보면 한두 가지 사건들이 머릿속을 스칠 것이다. 어떠한가? 좋은 기억들인가 아니면 별로 좋지 않은 기억들인가? 좋았던 일이었으면 참으로 좋겠으나, 만약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이 생각난다면 그것은 염려스러운 상황이다.

case 1

어릴 적 친구들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거나 갑작스러운 절교나 배신의 경험이 있었다면? 아마 마음속에 좌절과 분노가 남아 있을 것이다. 이는 내 마음속의 깊은 곳에 놓여 있는 감정인데, 평소 억압을 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곤 한다. 현재 나의 행동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으나 무의식적 차원에서 연관될 수 있기에 주의가 요망된다. 즉 내가 나의 자녀에게 공격적 언행을 퍼붓는 것이 어쩌면 과거의 경험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아이가 나를 향해 보였던 표정과 말투는 과거 나를 괴롭혔던 친구의 그것과 닮아있을 수 있다. 어른인 내가 아이인 자녀의 말투와 행동에 겁을 먹지는 않겠으나 왠지 모르게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순간적인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놀랍게도 이 과정은 과거 특정 친구의 언행과 비슷하다고 인식하지 못하면서 작동한다. 따라서 내가 과거에 폭력의 피해자였던 경우 언젠가는 나보다 약한 존재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고, 그 대상이 불행하게도 자녀일 수 있다.

case 2

아이

다음으로 더 중요한 것은 어릴 적 나와 부모와의 관계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를 각각 떠올려 본다. 부모님과 관련된 구체적인 경험을 떠올려 보라.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생각난다면 무척 다행이겠으나 부정적인 경험들이 생각난다면? 둘 다 떠오르는 경우라면 어느 쪽 비중이 더 높은지 저울질해 보자.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나와 부모님과의 관계의 질이 나와 자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를 잇는다고 표현할 수 있다. 어릴 적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맞았던 경험이 무척 많았다면, 나도 아이에게 손찌검하고 매를 들기 쉽다. 어쩌면 자연스럽게 학습된 것일 수 있다.

해결 tip

이제 바뀌어야 한다. 먼저 나의 부모님을 원망해도 좋다. 내가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부모님으로부터 습득된 잘못된 육아 방식임을 인식하자. 일종의 자기 합리화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면 안 된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나는 나의 부모님과는 다르게 아이에게 절대로 매를 들지 않고 아무리 화가 나도 욕을 하거나 때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훈육 시 아이에게 좋게 타이르고 말로 여러 번 가르쳐도 안 될 때 또는 아이가 먼저 공격적 언행을 보일 때 신체적인 힘을 사용하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조차 안 된다. 차라리 훈육을 미루거나 아이와의 충돌을 피하며 상황을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망간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지만 이는 결코 자녀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다.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어릴 적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도 마찬가지다. 이제 어릴 적 나는 없다. 지금 그 친구들은 이제 나를 괴롭히지 않고, 나는 어른이 되어서 안전하며, 연약한 자녀를 보호하는 위치에 있을 만큼 강해졌음을 인식하자.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은 없어지지 않겠으나 그것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되레 아이를 잘 키우면 기쁨, 만족, 보람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승화될 것이다. 부정적 상호작용의 세대 간 전달을 나의 세대에서 끊어낸다면 나는 위대한 부모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 현재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스트레스를 살펴보자.

아빠와 아이

과거를 잊고 현재 나의 주변과 상황을 직시하자. 먼저 부부 관계를 살펴본다. 나와 가장 밀접한 관계이자 자녀 양육의 동반자인 배우자와 나는 현재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육아에 협조적이라면 참으로 좋겠다. 그러나 만일 사랑의 감정은 이미 식었고, 서로 반목과 갈등에 놓여 있으며, 특히 자녀 육아에 있어서 사사건건 충돌한다면? 그것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후회의 마음도 들게끔 하며, 불안과 우울 등 정신 병리적인 증상마저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들은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독으로 작용한다.

즉 아이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할 수 있고, 가벼운 잘못에도 크게 야단을 치거나, 심한 경우 아이를 나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할 수 있다. “너까지 왜 이러니?”, “너도 엄마(또는 아빠)를 힘들게 할 거니?”, “너 때문에 사는데, 이제 실망이다.” 등의 표현을 했다면, 이미 나는 삶에서의 스트레스 지수가 매우 높다는 증거다.
부모의 심리 상태는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처음에는 불안을 심어주고, 점차 죄책감과 수치심을 동반시키며, 급기야는 분노와 공격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무척 안타깝고도 끔찍스러운 연쇄 반응이다.

해결 tip

해결책은 간단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리 쉽지 않다. 나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주변의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부부 관계를 개선하고, 직장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전반적인 대인 갈등도 없어야 하며, 마음이 안정되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고, 필요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세 번째,
자신의 자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각해 보자.

아빠와 아이

우리 아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신뢰하는지 아니면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불신하는지 스스로 판단해 보자. 자녀가 여러 명이라면 각각의 자녀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 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녀에게는 별로 야단을 치지 않고 잘 지낼 것이지만, 부정적인 경우라면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아마 나와 아이는 서로 성향이 다르거나 정반대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녀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자녀의 행동에 대해 간섭하면 자녀는 반항을 하며 서로 공격성을 보이게 될 것이다.

해결 tip

이제부터 서로 으르렁대지 말자. 부모인 나부터 이전과 다른 목소리 톤으로 아이에게 말을 걸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간섭의 수준을 줄여보도록 하자.

네 번째,
자신의 인격과 평소 언행을
스스로 돌아보자.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성숙한 인격과 원만한 성격을 갖추었는가? 아니면 이기적이고 남을 탓하는 사람인가? 혹시 사람들과 자주 싸우거나 목소리 높여서 화를 낸 적이 많다면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

해결 tip

침착하게 대화하면서 타협하거나 양보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화내면서 다른 사람을 굴복시키는 것이 순간적인 승리의 기쁨을 줄 수 있겠으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자녀 교육에 있어서 최악의 교과서가 된다. 나의 감정 역시 절대 평온하지 않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싸워야 하고 쟁취해야 하는 피곤한 삶을 살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 에고이스트,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싸움닭 중 어느 하나라도 되지 않아야 한다.

아빠와 아이

강조

좋은 부모가 되어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겠으나,
자녀를 사랑한다면 이 또한 도전해 볼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인생의 가장 큰 행복으로 다가올 것이다.

강조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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