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의 묘미를 꼽으라면 눈이 소복하게 쌓인 풍경 속으로 들어가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시리도록 찬 공기를 활활 태우듯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겠다. 부안에 가면 둘 다 가능하다. 여름의 푸르른 내소사 못지않게 눈 쌓인 겨울의 내소사도 아름답고 고즈넉하다. 사진작가들이 사랑하는 일몰 포인트인 솔섬과 모항도 이곳에 있다. 젓갈로 유명한 곳이니 맛있는 젓갈 백반도 먹고 오자.
< 추천여행코스 >
3대 전나무 숲길을 품은 내소사
소담스러운 눈이 소복소복 쌓였다. 내소사 일주문에서 천왕문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이 그야말로 희고 곱다. 부안 내소사의 전나무숲길은 오대산 전나무숲길, 광릉수목원의 전나무숲길과 더불어 한국의 3대 전나무숲길로 유명하다. 마치 환하게 불을 밝힌 터널처럼 흰 눈으로 뒤덮인 전나무 터널에 뽀드득뽀드득 발걸음을 내딛으면 후드득, 어디선가 산새 날아가는 소리가 화답한다. 내소사 안에 들어서니 1천 살이 넘은 미루나무가 머리에 흰 눈을 이고 반긴다. 일주문 앞에서 마주친 500살 된 미루나무와 짝을 이룬다. 두 그루 모두 위엄이 굉장하다.
전북 부안군의 내소사는 일대 최고의 명찰로 꼽힌다. 백제 시대에 세워진 내소사는 지금까지도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간직한 수수한 민낯으로 사계절 내내 관광객을 맞이한다. 내소사는 백제 시대에 세워졌으나, 대웅보전은 조선 인조 때 지어졌다. 대웅보전은 보물 제291호다. 내소사의 대웅보전은 호랑이가 집을 짓고, 파랑새가 단청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올 만큼 아름답고 신묘하다. 대웅보전의 삼존불 뒤에는 벽면 가득 백의관음보살좌상이 그려져 있다.
그림 속의 눈을 마주 보며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 눈이 마치 지켜보는 듯 따라다니는데, 그 눈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여, 내소사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대웅보전의 꽃문살도 볼거리 중 하나다. 연꽃과 수련으로 장식된 꽃문살은 우리나라 장식 무늬 중 최고 수준의 걸작으로 꼽힌다.
내소사
주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로 191 내소사매표소
(입장료 무료, 주차비 유료)
전화 063-583-7281
바다를 내려다보는 휴양림, 국립변산자연휴양림
계절별로 풍경이 아름답다는 자연휴양림이 여럿이지만 변산자연휴양림은 산속이 아니라 바닷가에 있어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개성있는 휴양림이다. 우리나라 첫 해안형 자연휴양림으로, 산과 바다가 이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갑남산 자락에는 휴양관을 비롯, 숙소로 이용할 수 있는 ‘숲속의집’이 휴양림 곳곳에 있어 숙소에서 일몰을 보고픈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산책로를 따라 산길을 오르면 전망대 꼭대기에서 서해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데크를 따라 해안길로 내려가면 갈대숲과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바다가 나타난다.
국립변산자연휴양림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변산로 3768
전화 063-581-9977
바위로 그린 절경, 채석강과 적벽강
채석강은 강 이름이 아니라 절벽의 이름이다.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듯한 퇴적 절벽을 일컫는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 했다는 채석강의 풍경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지어졌다. 격포 해수욕장에서 걸어가 채석강 위를 걸으며 둘러볼 수도 있고, 격포항 쪽에서도 데크를 따라 걸으며 둘러볼 수 있다. 격포항 쪽에서는 채석강의 기암과 해식동굴이 더 자세히 들여다보인다. 켜켜이 쌓인 퇴적암의 절경을 마음껏 감상하려면 물때를 잘 맞춰서 찾아가자.
채석강에서 해수욕장 건너 백사장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붉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적벽강이 있다. 적벽강도 중국의 적벽강을 따라 이름이 지어졌다.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노닐던 적벽강처럼 아름다운 경관이라는 뜻이다. 붉은색을 띈 바위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해 질 무렵 그 따뜻한 색감이 배가 된다. 근처에는 이곳의 바다를 지키는 수성 할머니에게 기도를 올리는 수성당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채석강 격포항
주소 전북 부안군 격포중앙길 28-7
전화 063-581-0023
채석강 격포해수욕장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변산해변로 1
전화 063-582-7808
적벽강 주차장
주소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산35-28
노을 지는 모항갯벌해수욕장과 솔섬
고요한 바다를 만난다. 작은 해수욕장은 울창한 소나무들 아래 희고 고운 모래를 드러낸다. 갯벌해수욕장이라고 하지만 물이 빠져도 고운 모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해수욕장보다 바위가 더 유명하다. 해수욕장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오면 바다로 향한 짧은 데크길이 있는데, 그곳에서 기암괴석을 만날 수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 사이로 빨갛게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바다 위에 오롯이 서 있는 무인도인 솔섬도 일몰의 명소다. 섬 위로 비죽 솟은 소나무가 근사한 실루엣을 더한다. 부안의 변산마실길 4코스에 들어 있는 솔섬은 해넘이솔섬길의 종착지이자, 모항갯벌체험길의 시작이기도 하다. 나무로 만든 데크길도 새롭게 조성되었다.
모항갯벌해수욕장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172 공영주차장
전화 063-583-6941
솔섬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로 3318 전라북도학생해양수련원
전화 063-580-1710
전라북도학생해양수련원에 주차하고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 솔섬을 볼 수 있다.
< 추천 숙박 >
변산반도를 빙 둘러 경치 좋은 바닷가 곳곳에 펜션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한겨울에도 아이들과 실내 물놀이가 가능한 숙소인 소노벨 변산이 유명하다. 모항해수욕장 옆의 모항해나루가족호텔에는 호텔형과 콘도형 객실이 모두 갖춰져 있다. 격포해수욕장 근처에는 글램핑장, 캠핑장이 여럿이 있으니 원하는 풍경에서 머물러 보자. 국립변산자연휴양림에는 새롭게 지어진 ‘숲속의집’은 바다를 향해 있어 선착순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최대 8명까지 머물 수 있으니 여럿이 함께 여행한다면 예약에 도전해 보자.
< 부안의 맛 >
부안에는 ‘변산삼락(邊山三樂)’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경과 이야기와 맛이 풍부한 곳이다. 곰소 천일염을 이용한 곰소 젓갈, 바지락칼국수와 백합죽 같은 먹거리를 즐겨보자. 항구마다 다양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젓갈백반
예부터 천일염 생산지로 유명했던 곰소항에는 젓갈을 담가서 판매하는 젓갈집들이 많다. 젓갈 골목에는 직접 젓갈을 만들어 판다는 젓갈 직판장이 늘어섰고, 젓갈 도매시장에는 각종 건어물에서부터 온갖 젓갈을 판매하는 집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갖가지 젓갈로 상차림을 하는 백반집도 곰소항 앞쪽으로 수두룩하다. 젓갈을 좋아한다면 젓갈 백반을 시켜 먹어보자. 명란젓, 창란젓, 낙지젓, 갈치속젓, 가자미젓, 어리굴젓, 황석어젓, 조기젓, 청어알젓 등 흰 쌀밥 한 그릇을 금방 뚝딱 해치우게 만드는 맛있는 젓갈들이 한 상 차려진다.
식당들마다 젓갈 판매를 겸하는 집도 있으니 특별히 입맛에 맞는 젓갈이 있다면 구입이 가능한지 물어보자.
소문난식당
주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곰소항길 71-3
전화 063-584-6911
가격 젓갈 백반 2인 이상 1인 13,000원
아리랑식당
주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곰소항길 77-1
전화 063-582-7021
가격 젓갈 백반 12,000원
소우
부안 시내의 안심식당으로 인테리어부터 음식까지 깔끔하다. 독채 건물의 앞마당에는 작은 정원을 가꿔두어 들어가는 입구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창가 쪽 테이블에 앉으면 호수같이 커다란 저수지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소바나 비빔 소바, 돈까스, 양념 고기덮밥 같은 한 그릇 요리가 정갈하게 차려진다. 부안 시내를 오갈 때 들르기 좋은 식당이다.
소우
주소 전북 부안군 동진면 고마제로 143 1층 소우
전화 063-583-3346
가격 돈까스 백반 13,000원, 소바 세트 12,000원,
양념고기덮밥 11,000원
할매피순대
장작으로 불을 땐 가마솥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모양새를 보면 ‘이 집은 진짜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피순대는 전주에서만 먹는 줄 알았는데, 이곳의 순대와 순대국이 전국에서 제일이라는 리뷰를 보면, 맛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국물이 무척 진하고 고소하다. 제대로 끓인 순대국은 이런 맛이구나 싶다. 피순대나 막창 순대, 암뽕 국밥 모두 잡내를 잘 잡았다. 순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맛집. 아침 식사도 판다.
할매피순대
주소 전북 부안군 행안면 부안로 2524
전화 063-584-4371
가격 돼지국밥 9,000원, 피순대 15,000원
글/사진_배나영
<리얼 국내여행>, <리얼 방콕>, <리얼 코타키나발루> 등을 썼다. 북튜브 ‘배나영의 Voice Plus+’를 운영한다. Instagram @lovelyba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