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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행복 육아

공부 못 하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글_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아마 대부분 공부를 잘하는 자녀의 모습을 기대할 것이다.
초중고교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고, 개학이 가까워 지면서 “우리 아이는 과연 어떻게 될까” 걱정하게 된다.
만일 지금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면,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도와 줄 수 있을지 알아보자.

사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고, 다른 한 가지는 실제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노력’이다.

의욕, 노력

아이의 공부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평소 부모가 설명해 줘야 한다. 여기에 아이 스스로 성취 욕구를 느낀다면 공부 의욕이 더욱더 올라갈 것이다. 또한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는 삼가고, 과거의 나보다 현재의 나 또는 미래 나의 모습이 점차 발전하는 느낌이 중요하다.

공부 ‘노력’은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부모의 잣대와 아이의 잣대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의 태도가 정말로 중요하다. 즉 시험을 잘 봐서 높은 성적을 얻는 것보다는 평소 또는 시험 기간에 성실하게 공부하는 것 자체에 대한 교육과 칭찬이 필요하다.

공부를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만일, 공부에 대한 의욕과 노력을 둘 다 보이고 있는데도 공부를 여전히 잘 못 한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case 1

아이

첫째, 주의 집중력 부족이다. 책 읽기나 문제 풀기를 시작했지만 일이십 분이 지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거나 공부와 상관없는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면,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러한 경우 아이에게 스스로 주문을 외우게끔 알려준다. ‘시계 바늘이 1시간 지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자.’ 또는 ‘지금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오로지 공부에 전념하자. 다른 생각은 공부가 다 끝난 다음에 하자.’라는 주문이다.

부모가 시계나 핸드폰 알람을 이용해서 끝나는 시간을 알려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일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중을 하지 못한다면,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보자. 주의 집중력의 결핍에 대한 진단을 받아보고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case 2

아이

둘째, 이해 능력의 부족이다. 일반적으로 공부하는 내용을 이해한 다음에 관련된 문제를 풀거나 이해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외우는 것이 공부의 순서다. 그런데 이해 자체가 되지 않은 채로 진행하니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 경우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로 하여금 부모나 선생님께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게끔 일러주자. 선생님이 아닌 형, 누나, 언니, 오빠도 좋다. 해당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면, 이해가 잘될 것이기 때문이다.

case 3

셋째, 조직화 능력의 부족이다. ‘조직화’란 어떤 활동을 어느 순서로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서 진행할지 미리 계획해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무작정 아무 공부나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1시간은 수학 공부, 그 다음 한 시간은 영어 숙제 등을 할 것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계획뿐만 아니라 일주일, 더 나아가 한 달 계획을 잘 세운다면, 시간과 노력이 잘 조화되어 더욱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그러니 공부 계획을 미리 잘 짜두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아이 스스로 계획을 잘 세우면 좋겠지만, 잘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부모가 나서서 함께 계획을 세우면 좋다. 시간을 쪼갤 때 30분 단위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의 유형은?

만약 부모의 설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공부 자체에 의욕과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된다.
이 경우 실제로 부모님들이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아온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부모가 먼저 추정해 본 다음에 전문의에게 아이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case 1

아이

첫째, 우울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이다. 우울증 진단을 받거나 병적인 우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울 성향이 높은 아이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매사에 의욕이 없고, 관심과 흥미가 결여되어 있다. 이러한 경우 노는 것마저도 시큰둥하게 여겨서 주로 집안에 틀어박혀 있고, 미디어 게임이나 인터넷 검색만이 유일한 취미이자 활동인 것처럼 보인다.

해결 Point

우울증의 경우 항(抗)우울제 처방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상담 과정을 통해서 아이의 부정적인 사고 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case 2

둘째, 부모의 과도한 기대 및 이로 인한 좌절감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높은 성취를 기대하는 경우 일단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결과가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아이들은 크게 좌절한다. 부모를 기쁘게 만들기 위해 다시 노력하지만,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결국 아이들은 포기한다. 아예 공부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해결 Point

이제라도 부모가 자녀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아이

case 3

아이

셋째, 쾌락적인 자극을 지나치게 찾는 성향이다. 이러한 아이들은 공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 즉 반복을 요하는 활동과 지루함을 참아내지 못한다. 대신에 자신에게 즉각적인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활동에 몰입한다. 그러므로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기, PC 방 가서 게임하기, 음악 활동, 미술 활동, 운동 등의 활동만 열심히 한다.

해결 Point

해당 성향이 중독 상태에 도달했는지 평가하여 이에 대한 치료와 함께 대체 활동(예: 가족이 함께하는 취미 및 체육 활동, 영화 또는 연극 관람, 독서 등)을 제공하며 서서히 학습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case 4

아이

넷째, 부모님과의 관계가 크게 손상된 경우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은 부모와 자주 다투고 갈등하게 된다. 복장과 용모 문제에서부터 말투나 행동뿐 아니라 학업 문제가 갈등의 주요인이다. 부모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되면,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적개심과 공격성의 표현을 무례한 언어나 난폭한 행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대신에 부모가 싫어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낸다. 예컨대 부모가 원하지 않는 행동인 이성 교제만 열심히 하고, 부모가 원하는 행동인 공부는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해결 Point

부모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 아이의 말에 정성껏 귀를 기울여서 끝까지 듣는 태도를 보이고, 지적이나 훈계보다는 이해와 수용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상담 치료를 받는다면, 손상된 부모-자녀 간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다. 그런 다음에야 아이의 학습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강조

이제까지 공부를 못 하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살펴봤다.
우등생이 되고 1등이 되는 자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학습 활동을 성실하게 해내는 자녀가 되게끔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조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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