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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콩 이야기

비슷한 듯 다른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의 두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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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존재하던 한국의 얼린 두부

얼린두부

한국의 두부 제조 기술은 이웃 나라인 중국, 일본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덕분에 다양한 두부 요리가 발달했는데, 그 중 특히 ‘언두부’는 한국의 두부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이다.

두부

두부

언두부는 말 그대로 얼린 두부를 의미하는데, 특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두부를 얼려 보관하면 오랫동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얼렸다가 해동한 두부는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무수히 많은 구멍이 생기는데 이 독특한 식감이 무척 매력적이다. 전골이나 국거리에 넣으면 양념이 구멍 속으로 쏙쏙 스며들어 풍미도 깊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은 두부를 일부러 얼려 요리에 활용하는 사람이 많다. 언두부를 튀겨 양념에 버무린 언두부 강정, 언두부를 식빵 대신 사용한 언두부 토스트 등 언두부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놀라운 사실은 이 언두부가 최근에 등장한 음식이 아니란 점이다. 1943년에 쓰여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라는 요리책에 ‘동두부(凍豆腐)’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는 언두부를 가리키는 말로, 과거 문헌에서는 ‘동두부’ 또는 ‘빙두부’라는 표현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두부

한국에서 언두부가 탄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과거에는 시장 경제가 발달하지 않아 두부를 쉽게 구매할 수 없었고, 특히 시골에서는 두부를 직접 만드는 게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겨울철을 대비해 미리 두부를 얼려서 보관했다. 이렇게 얼린 두부는 겨울 내내 중요한 식량으로 사용되었다.
둘째, 우리나라는 겨울철 기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언두부를 만드는 데 유리한 환경이었을 뿐 아니라, 이미 명태를 말려서 북어를 만드는 건조법을 알고 있었다. 기후, 환경적인 요소를 갖춘 것은 물론 공기를 활용한 냉동법까지 터득하고 있었으니 얼린 두부는 손쉽게 만들 수 있었을 터.

실제로 언두부를 판매한 식료품점도 있었다. 6.25전쟁 이후까지 운영하던 서울의 경성 식료품점이다. 경성 식료품점에서는 단골손님들을 대상으로 언두부를 판매하며, 언두부를 ‘고오야’라고 불렀다. 고오야는 일본의 산 이름으로, 고오야 산에 있는 절에서 언두부를 만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렇듯 언두부는 오래전부터 한국 사람들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두부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보존의 지혜를 보여주는 중요한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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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연한 일본의 두부

일본 두부

일본의 두부는 매우 부드럽고 연하다. 일본에서 주로 연두부를 소비하고 간소한 조리 과정을 거쳐 먹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은 수질이 좋은 환경적 특성 덕분에 두부의 맛도 뛰어나다. 대표적인 예로 ‘기누고시(Kinugoshi)’가 있다. 명주 자루로 곱게 걸러 만든 두부로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한국의 연두부와 비슷하지만 더 섬세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일본 두부는 매우 부드럽기 때문에 지지거나 볶는 조리법보다는 두부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가 발달했다. 여름에는 차갑게 즐기는 냉두부인 ‘히야얏코’, 겨울에는 다시마 국물에 살짝 익혀 먹는 온두부인 ‘유도후’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두부를 튀겨 먹는 ‘아게다시 도후’, 일본 된장을 발라 구운 ‘뎅가꾸’ 등 다양한 요리가 있다. 일본 가정에서는 두부에 가쓰오부시를 얹고 간장을 살짝 부어 간단히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즐기기도 한다.

과거 우리 민족의 두부 제조 기술이 일본에 전해진 바 있다. 조선의 기술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일본에까지 전해진 터. 여러 가설이 전해지지만, 임진왜란 이후 박호인이라는 조선인이 포로로 잡혀가 조선의 두부 기술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두부

일본 두부

연하고 부드러운 일본 두부와 달리, 조선의 두부는 일본의 두부보다 훨씬 단단하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두부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조선에서는 두부를 보존식품의 일종으로 여겨 오래 보관하기 위해 최대한 수분을 제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부는 단단해져 새끼줄로 묶어 보관할 정도였다. 두부가 얼마나 단단했는지 두부에 맞은 사람의 머리가 깨져서 즉사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물론 과장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조선의 두부의 강도가 그만큼 세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렇게 단단한 조선의 두부는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 전해지면서 전골 요리에 유용하게 사용됐다. 수분을 최대한 제거한 조선식 두부는 국물 요리에 넣었을 때 양념과 국물이 그대로 흡수했다. 수분이 많고 부드러운 일본 두부에서 맛 볼 수 없던 진한 감칠맛이었다. 일본인들에게 두부는 익숙한 식재료였지만, 조선의 두부의 새로운 식감과 맛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일본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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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듯 소박한 중국의 두부 요리

중국 두부

‘중국 두부’ 하면 가장 먼저 ‘취두부’를 떠올리기 쉽다. 소금에 절인 두부를 석회 속에 넣어 보존한 발효식품으로 이름에 냄새 취(臭) 자가 들어갔듯이 냄새가 고약하다. 그러다 보니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취두부 외에도 중국에는 다양한 두부 요리들이 존재한다. 중국 두부 요리는 화려한 듯 소박하다.

중국 두부

먼저 중국에서 두부는 집안에서 먹는 반찬거리로 여기곤 했다. 그래서 정식 일품요리에는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근 10년 새 인식이 바뀌었다. 특히 사천요리에서는 두부를 제대로 취급하여 고급 요릿집에서도 ‘마파두부’를 메뉴판에 당당하게 내세우고 있다. 마파두부는 매콤한 소스 덕분에 한국인도 즐겨 먹는 대중적인 두부 요리이다.

중국 두부

중국 두부

한국과 매우 흡사한 중국의 두부 요리도 있다. 과거에 우리나라에는 ‘두부추탕(豆腐鰍湯)’이라 하여 두부와 미꾸라지로 만든 요리가 있었다. 차가운 두부와 미꾸라지를 솥 안에 넣고 끓이면 미꾸라지가 뜨거워진 물을 피하기 위해 두부 안으로 쏙 들어간다. 이렇게 미꾸라지가 파고든 두부를 썰어 끓여낸 추어탕이 바로 ‘두부추탕’이다. 미꾸라지와 두부 모두 고단백 영양식인지라 가을밤이 되면 양반댁 마님이 사랑채로 은밀히 내갔던 음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와 비슷하게 중국에는 ‘초선두부(貂蟬豆腐)’라는 요리가 있다. 초선은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 명으로, 중국에서 하얀 두부는 여인의 뽀얀 피부를, 미꾸라지는 남성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초선두부’는 삼국지에 나오는 미인 초선을 품에 안은 동탁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두부의 이름이나 의미를 살펴보면 여유 있는 상류층에서 즐겨먹던 음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중국 시골에서 농민들이 즐겨 먹던 향토 음식이었다. 구하기 쉬웠던 미꾸라지와 영양가 높은 두부의 조합이 농민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보양식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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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소개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영양사 출신의 요리 연구가 및 푸드 칼럼니스트로서 쿠킹 클래스, 인문학 강의, 방송, 심사의원까지 다채롭게 활동 중이다.
한국일보 <이주현의 맛있는 음식인문학>외 다양한 칼럼을 통해 음식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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