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도 우울증이 생길까? 많은 어른들이 아이의 삶을 그저 편하게만 여기고 있다. 부모가 벌어주는 돈으로 편하게 먹고, 자고, 놀고,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아 우울증은 실제로 존재할뿐더러 꾸준하게 늘고 있다.
육아박사 S 다이어리
소아 우울증에 빠진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
글_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소아 우울증의 원인은 크게 생물학적 요인과 정신 사회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생물학적 요인은 유전적 요인(가족력이 있을 때, 즉 부모나 일차 친척이 우울증이 있는 경우), 신경내분비학적 요인(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의 이상, 성장 호르몬의 분비 이상 등), 신경생화학적 요인(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조절 이상), 신경해부학적 요인(편도체의 크기 감소, 외측 내실 비대칭성의 역전, 좌측 전부 기저핵의 이상 등)이 있다. 정신 사회적 요인은 사랑하는 대상의 실제적인 또는 가상적인 상실, 부모-자녀 관계의 문제, 아동학대, 방임, 인지 왜곡(자기 자신, 세상,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 등이 있다.
아이가 슬픈 표정, 신체적 호소(두통, 복통 등), 안절부절못함, 분리불안, 공포, 집중력 부족, 짜증의 증가, 친구들과의 잦은 다툼, 식사 양의 감소, 불면 등의 증상들을 보일 때 소아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다음은 부모가 체크해 볼 수 있는 소아 우울증 진단 항목들이다.
소아 우울증 진단 항목
1. 아이가 슬퍼 보인다.
2. 아이가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인다.
3. 아이가 놀이 또는 활동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4. 아이가 걱정을 한다.
5. 아이가 전보다 짜증을 많이 낸다.
6. 아이가 난폭하거나 공격적인 언행을 보인다.
7. 아이가 복통, 두통 등의 신체적 증상을 호소한다.
8. 아이가 친구들과 자주 다툰다.
9. 아이가 늦게 자거나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10. 아이가 전보다 적게 먹거나 때로 폭식을 한다.
* 1~2개 - 우울증 의심 또는 경계 상태
* 3~4개 - 초기 또는 가벼운 우울증이 의심되므로 전문 기관을 찾아가 볼 것
* 5~6개 -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증이 의심되므로 치료를 받아야 함
* 7~10개 - 심한 정도의 우울증이 의심되므로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함
우울증이 의심되면 소아정신과를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말로 우울증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일단 엄마는 아이의 힘든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며 나아가 충분한 공감과 지지를 해준다. 또한 아이가 생활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 요인을 줄여주거나 제거해 준다. 만일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면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엄마의 행동과 태도 변화가 아이의 우울증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소아정신과에서 아이가 우울증으로 진단받게 되면,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소아 우울증의 치료는 비(非)약물치료와 약물치료 로 나뉜다.
비(非)약물치료의 경우 놀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가족치료, 부모 교육 등이 이루어진다. 언어발달이 충분하게 이루어진 초등학교 이후의 아동은 말로 이루어지는 정신(또는 심리)치료도 가능하다.
약물치료는 항(抗)우울제를 투여하는 것으로서 아동의 상태와 경과를 관찰하면서 약물의 증감, 변경, 유지 등이 이루어지며 대개 3~6개월 정도의 기간을 요한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에게 정신과 약물을 투여하는 것을 매우 꺼려하거나 크게 걱정하는데, 소아우울증의 정신과 약물치료는 오랜 기간 동안 충분한 검증을 거친 끝에 전문의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안심해도 된다.
만약 소아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성인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고, 만성화될 수 있으며, 아이의 성격도 보다 더 부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아이가 즐거움을 느낄만한 놀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놀이, 활동(미술, 음악, 체육, 오락, 게임 등)을 제공해준다. 또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새로운 놀이나 활동으로 아이의 관심을 유발한 후 즐거움을 경험하게끔 만든다. 예컨대 아이에게 재미있는 내용 또는 멋진 그림이 있는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주말에 가족 여행을 나서거나, 놀이공원이나 각종 체험을 가거나, 특별한 간식을 만들어주거나, 가족 외식을 가짐 등이 아이의 우울감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이와의 대화법도 궁금할 수 있다. 부모가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끄는 것이 좋을까? 아이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공감적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교훈적으로 설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아이가 “엄마, 나 요새 어린이집 다니는 것이 싫어.”라고 말하면, “그래. 어린이집 다니는 것이 싫구나. 무엇이 싫은지 우리 OO의 말을 들어보자.”라고 반응하자. 그런 다음에 “우리 OO가 어린이집을 싫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엄마와 함께 생각해 보고 얘기해 보자.”라고 덧붙일 수 있다. 즉 공감과 이해를 먼저 해 준 다음에 아이의 속마음을 보다 더 탐색해서 확인한 후 문제 해결을 함께 해나가는 방식의 대화법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이 싫으면 어떻게 해? 어린이집을 즐겁게 다녀야 해. 그래야 나중에 학교도 잘 갈 것이야.” 등의 당위론적인 말을 하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힘든 감정을 이해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서운함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을 것이고, 더 이상의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부정적인 사건 경험을 예방하는 것이다.
즉 아동학대와 방임은 물론이고 지나친 꾸중, 감정적 체벌, 과도한 학습 또는 과제 부담, 갑작스럽거나 심각한 환경 변화(예: 부모의 별거, 이혼, 잦은 이사, 일차 양육자의 잦은 변경 등)를 피해야 한다.
또한 엄마 아빠는 아이를 많이 칭찬해주고 격려도 해 줘서 아이의 평소 자존감을 높여준다. 아이에게 세상의 현상 또는 세상 사람들에 대해서 가급적 긍정적으로 해석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낙관주의를 심어주는 것 역시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생기는 우울증! 예방과 조기 발견에 힘써서 우리의 아이들을 웃게 만들자!
글을 쓴 손석한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