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가족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타지에 남았다. 신입생 시절, 집이 그리워 주말이면 어김없이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향했건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간 없다는 핑계로 고향길 버스에 오르는 횟수도 뜸해졌다.
자식 걱정 하는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은 거 아닐까, 엄마는 늘 걱정이셨다. 밥은 잘 챙겨먹는지 어디 아픈 건 아닌지, 딸래미 혼자서 잘 생활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였나 보다.
집에 잘 못 가는 나를 대신해 한번은 엄마가 직접 올라 오셨다. 집에서 밥을 해 먹는 날이 많지 않아 반찬은 극구 사양했기에 대신 베지밀 17곡 한끼 두유 세트를 준비해 오셨다. ‘그냥 오시지, 뭐 이런 걸 가져 오셨나’ 생각하면서도 우리딸 잘 지내고 있나, 어떤 게 도움이 될까, 고심했을 엄마 마음을 생각하니 괜시리 코끝이 찡해졌다.
보리, 현미, 메밀, 흑미 등 총 17가지 곡물이 한 팩에 모두 들어있는 건강식 베지밀 17곡 한끼 두유는 115kcal란 낮은 칼로리에 비해 포만감도 커 훌륭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어 내게 안성맞춤인 선물이었다. 멀리 있어 가끔 엄마가 차려주시는 집밥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몸도 마음도 헛헛해져 울컥 눈물이 밀려오던 때, 엄마가 선물한 베지밀 17곡 한끼 두유를 먹으며 몸과 마음을 채우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