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늦은 동백이 떨어져 문드러지고 자고새 울음이 연두색처럼 번진다. 햇 차를 따기 시작하는 곡우(穀雨)가 며칠 전 지났다. 그 차를 곱게 봉헌하는 다례제가 열리던 강진 백련사 기와지붕의 촉촉한 봄 냄새를 떠올려 본다. 이즈막 비는 참으로 고마운 비다. 여연스님의 우전차(雨前茶)를 마시며 강진만을 내려다보는 그 자오록한 시간의 경계가 안개처럼 꿈결같다. 그 만(灣) 줄기와 닿는 곡우 무렵 풍경들이 산바람처럼 스친다. 이즈막 남쪽에서 올라간 조기떼는 충청도 바다 어디쯤엔가 머물러 있을 것이고, 농부들은 논에 물을 대며 못자리 볍씨를 뿌릴 것이다. 차 밭을 에두른 만덕산 나무들은 물이 올랐다. 산나물 잎이 단단해져 가니 절집 행자들 맘은 덩달아 바쁘다. 나물을 데쳐 말리거나 장아찌로 저장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 참새의 혀처럼 눈이 터져나와 푸른 우주를 가득 담은 해남 차밭
다례제의 부산함이 지나고, 얼마 후 다시 절집을 찾았다. 공양간 장독대는 볕이 넘쳤다.
산에서 꺾어 온 고사리며 버섯 등 나물들이 정갈하게 말려지고 공양주보살은 금방 따왔다는 조금 센 엄나무 순을 다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