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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

글_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어느 날 우리 아이가 거짓말하는 것을 알게 된 부모. 이 녀석이 이제 거짓말도 할 만큼 자랐다며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혹시 거짓말을 고치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되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결국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서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 거짓말하는 아이의 심리와 부모의 적절한 대처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말안듣는 아이

3~6세 무렵 아이들은 대개 거짓말의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고, 자신의 공상, 바람, 생각 등을 그대로 말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사실과 들어맞지 않아서 거짓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야단칠 필요가 없다. 예컨대 아이가 어린이집의 방마다 괴물이 숨어 있다면서 가기 싫어한다. 실제로 아이는 상상 속에서 방구석에 숨어있는 괴물을 느낄 수 있다. 괴물이 있으면 자신이 도망쳐야 되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괴물이 나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곳을 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거짓말은 나름대로 혐오감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비슷한 예로 어린이집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얘기하곤 한다. 괴물이 무서워서 가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무섭게 야단치는 것은 금물이다. 불안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말해보자. “괴물이 함부로 너에게 나타나지 않을 거야. 어린이집에는 친구들하고 선생님도 계시니 괴물이 무서워서 나올 수 없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어린이집에 가도 돼.” 어떤 아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우리 아빠 백 살이야, 우리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커.” 아빠가 가장 크고 위대한 존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 살, 천 살, 만 살 등의 얘기를 한다. 이와 같은 거짓말은 전혀 야단칠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는 이렇게 말해보자. “맞아. 우리 아빠는 나이가 많아. 하지만 백 살은 아니고 서른 세 살이야. 그리고 아빠들은 모두 다 세상에서 제일 커.”

또 다른 유형으로 책임 회피를 위한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내가 안 그랬어!”라고 말할 경우이다. 자신이 일부러 하지 않았을 때 이렇게 표현하거나 또는 야단 맞을 것이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만일 아이에게 네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했느냐 식으로 다그치면, 아이는 더욱 겁에 질려서 계속 거짓말을 하거나 또는 엄마에게 반항하여 이기고 싶은 심리에서 끝까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말해보자. “맞아. 네가 안 그랬지. 모르고 그랬으니까 네가 안 한 것이나 다름없어.” 혹은 “네가 했다고 해도 엄마는 야단치지 않아. 네가 했는데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나쁘단다.”
물건을 잃어버린 후 “바람이 가져갔어.”라고 거짓말을 한다면?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항변하는 말이다. 엄마는 물건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야단칠 수 있으나, 바람이 가져갔다는 표현에 대해서까지 야단칠 필요는 없다. 변명에 가까운 거짓말은 아이의 인지능력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럴 땐 다음과 같이 말해보자. “다음부터는 바람이 가져가지 못하게 물건을 항상 잘 지키자. 알았지?” 다음과 같은 경우도 있다. 아이가 소변을 지린 다음에 “물에 젖었어.”라고 말한다. 아이 스스로 바지에 쉬한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혹은 엄마에게 비난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에도 야단을 치지 말자. 가뜩이나 쉬한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아이에게 거짓말한 것에 대해서 창피를 더 주면, 아이의 자존감은 극도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해보자. “정말 물에 젖은 것 같다. 하지만 엄마가 보기에는 물이 아니라 오줌인 것 같아. 엄마가 야단치지 않을 테니, 옷을 갈아입자.”

관심 끌기를 위한 거짓말도 있다.

아프지도 않으면서 “여기 아파, 후 해줘!”라고 말하는 아이는 말 그대로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한 거짓말을 한다. 엄마에게 보살피는 행동을 이끌어 냄으로써 자신이 사랑 받고 돌봄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한다. 이와 같이 아이가 엄마의 관심을 끄는 말에 대해서도 야단을 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충족시켜주자. 다만 이렇게 말해보자. “여기가 아프구나. 후 해줄게. 그런데 엄마가 보기에는 별로 아플 것 같지 않구나.” 또 아이들이 자주 하는 거짓말 중에 어린이집만 갔다 오면 “쟤가 때렸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특정 아이가 싫다는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혹은 또래관계에서의 어려움을 달리 표현하는 것이다. 때리지도 않았는데 그 아이를 나쁘게 말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의를 주며 이렇게 말해보자. “그 아이가 싫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히 말해봐. 너를 때리지 않았다는 것을 엄마는 이미 알고 있단다.”

마지막으로 욕구 불만 상황에서의 거짓말이다.

“누구네 엄마는 매일 뭐 사준대”라고 말한다. 자신이 직접 요구하면 엄마가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거짓말을 한다. 예전에 엄마가 자신의 요구를 자주 거절했다는 느낌을 갖고 있거나 또는 자신의 지나친 요구를 합리화시키려고 함이다. “직접 물어봤는데 아니라고 하던데. 엄마한테 거짓말하면 안돼”라고 지적해 준다. 그런 다음에 이렇게 말해보자. “네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 봐. 엄마가 들어보고 필요한 것을 사 줄게.” 이와 같이 이 시기의 거짓말하는 아이에게는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일깨워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엄마가 두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살며시 잡은 모습

반면 6~7세 이후 아이들의 거짓말은 다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6세 정도에 접어들어서는 소위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사고능력이 생기고, 또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어른들과 점차 비슷해지기 때문에 야단을 칠 필요가 있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이후 아이들은 대개 책임 회피의 이유로 거짓말을 한다. 예컨대 숙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숙제가 없다거나 혹은 숙제를 하지 않았음에도 다했다는 식의 거짓말이다. 이때 부모는 아이의 거짓말에 대해 훈육은 하되 다음의 네 가지 원칙을 지킨다.

첫째,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라.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화내거나 큰 소리로 꾸짖는 것은 금물이다.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의 진실 고백과 실수 인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만약 아이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흥분된 상태라면, 엄마가 먼저 감정을 추스른 뒤 차분한 태도로 왜 잘못된 것인지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한다.

둘째, ‘거짓말쟁이야!’라는 말은 금물이다.

아이가 하는 거짓말을 아이 자체의 인성과 동일시하지 말자. ‘넌 나쁜 아이야’, ‘거짓말쟁이야’ 등의 부정적인 말은 아이에게 낙인을 찍는 셈이다.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아이의 본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 충분히 착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아이이며 거짓말이 나쁠 뿐이다.

셋째, 과도하게 야단치지 말자.

야단도 교육이다. 아이가 같은 잘못을 또 저지르지 않도록 슬기롭게 꾸짖자. 따라서 때리거나 체벌하는 것은 좋지 않다.

넷째, 일관된 태도가 중요하다.

아이의 잘못된 거짓말에 대해서 엄마의 기분에 따라 태도가 바뀌어선 안 된다. 어느 때는 아이가 안쓰럽고 부모의 마음이 약해서 봐주고, 어느 때는 호되게 야단치는 식의 일관성 없는 훈육은 좋지 않다. 평소에 일관된 태도를 지키도록 하자.

거짓말은 아이가 자라나면서 누구나 한두 번쯤 하게 되는 통과의례다. 부모의 과도한 대응과 모르고 지나치는 것 둘 다 아이의 건강한 심리 발달에는 좋지 않다. 거짓말을 하면서 양심에 찔리고, 거짓말을 했더니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마주치게 되고, 솔직함이 부모에게 인정과 수용의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는 향후 정직한 사람으로 자라날 것이다.

글을 쓴 손석한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