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


사랑과 꿈, 인생을 논하다

영화 ‘라라랜드’ 속 그 곳, 로스앤젤레스

글/사진_조은정(여행작가)

개인적으로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즐겨본다. 거짓말처럼 펼쳐지는 로맨틱코미디에 슬쩍 마음을 뺏겨보기도 하고, 나의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스케일과 상상력이 결부된 SF영화를 보면서 지구와 우주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손꼽으라면 단연 최고의 화제작 ‘라라랜드(LA LA LAND)’이다. 엠마 스톤의 팬이기도 하고, 워낙 입 소문이 자자했던 영화인지라 영화를 보기 전 그 설레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제 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비롯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각각 7개, 5개 부문의 상을 휩쓸어 지금도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라라랜드’. 영화를 보는 내내 최근 다녀왔던 로스앤젤레스(이하 줄여서 LA)의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마치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듯한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영화 속에서 특히나 인상 깊었던, 그래서 꼭 소개하고픈 LA의 다채로운 장소를 꼽아 소개하려고 한다. 이미 영화를 본 독자라면 반드시 공감할만한, 그래서 꼭 당장 LA로 여행을 떠나고픈 마음이 생길 그 곳으로 말이다.

그리피스 천문대 Griffith Observatory

영화의 도입 부분에서 둘이 처음 만나 불꽃이 튀기기 시작한 계기, 바로 남녀 주인공인 세바스찬 (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가 탭 댄스를 추며 사랑을 속삭이고, 밤하늘의 별을 배경으로 둘이 날아다니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 곳이 바로 그리피스 천문대이다.

공원의 언덕에 위치한 그리피스 천문대는 사실 어린이들의 과학 교육을 위해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입구의 천장은 돔 형태로 12개의 별자리와 수호신들이 멋지게 그려져 있어서 눈길을 끈다. 천문학 외에도 과학에 관련된 여러 가지 전시품을 볼 수 있고 실험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을 이름나게 만든 건 바로 전망 때문이다. LA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그리피스 천문대는 낮이든 밤이든 언제나 커플들이 데이트 찾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LA에서 로맨틱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보자. 제임스 딘의 대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이 촬영되기도 해서 천문대 초입의 오른편에는 그를 기억하고자 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천문대 입장은 무료, 플라네타륨과 레이저 쇼 관람은 유료)

엔젤스 플라이트 Angels Flight

세바스찬과 미아가 케이블카를 타며 사랑이 불타오르는듯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그 장소는 바로 1901년에 완공되어 오랫동안 LA의 랜드마크로 사랑을 받은 엔젤스 플라이트다.

길이가 762m 밖에 되지 않는 급경사 케이블카 엔젤스 플라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케이블카 철로로 기록되어 LA 역사 문화 기념물로 등록돼 있는 기념비적인 곳이다. 비록 주변 지역의 재개발과 탈선 사고 등으로 잠정 폐쇄가 결정되었지만 최근 영화 흥행으로 문의가 빗발쳐 오는 9월부터 운행 재개를 결정했다고 한다. 부디 이 낭만적인 케이블카가 각 국에서 온 더 많은 관광객들이 타볼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그랜드 센트럴 마켓 Grand Central Market

실제 영화 속에서는 짧게 등장하지만 이곳을 다녀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차릴만한 LA의 명소, 그랜드 센트럴 마켓에서 남녀 주인공인 세바스찬과 미아가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랜드 센트럴 마켓은 1917년 문을 열어 브래드버리 빌딩의 맞은 편에서 지금껏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LA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으로 다양한 식재료를 현지인들이 직접 판매하고 있으며, 맛있는 레스토랑들이 입점해있어 언제 가도 인기가 좋다. 한국의 시골 5일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정겨운 미국의 시골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맛있는 식사와 커피 혹은 와인 한잔을 즐기기에도 좋고, 여러 가지 식재료나 식료품을 구매하는 재미 또한 쏠쏠한 곳이다. Tacos Tumbras a Tomas의 타코, G&B Coffee의 아몬드 마카다미아 라테, Eggslut의 버거, Ramen Hood의 라멘, McConnell’s Fine Ice Creams의 아이스크림, Wexler’s Deli의 연어 베이글이 특히 인기이다.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리지 Colorado Street Bridge

영화 속에서 세바스찬과 미아가 해지는 노을과 함께 아름답고 낭만적인 거리의 가로등을 배경으로 한참을 걷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촬영지가 바로 이 곳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리지’이다.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리지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북동쪽으로 떨어진 작은 도시 패서디나(Pasadine)에 위치하고 있다. 패서디나는 LA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편히 방문할 수 있는데 노턴 사이먼 미술관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헌팅턴 갤러리 등 교육학적으로 방문하기 좋은 관광지들이 많아 언제 가도 인기이다. 특히 미국 방송국 CBS의 인기 시트콤인 <빅뱅 이론>의 촬영지이기도 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라라랜드에 명장면 속 장소로 뽑히는 이 다리는 1913년 완공했는데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치형 다리로 미국 국립 역사유적지에 등록되어 있기도 하다. 특히 가로등의 불빛과 곡선이 이루는 아름다운 조화 때문에 지금도 많은 현지인들이 찾는다.

그 외에도 영화 속에 등장한 명소로는 해지는 바닷가에서 남녀 주인공이 춤을 추던 허모사 비치 (Hermosa Beach),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직접 찾아간 재즈 바인 라이트 하우스(Light House),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성공한 후의 삶이 표현된 미아의 집인 샤토 마몽 호텔(Chateau Marmont Hotel) 등이 있다.

영화 속 명소만을 찾아 LA를 여행하는 것 만으로도 꽤나 숨이 찰 지경이다. 그러니 다음 미국 서부로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라라랜드의 흔적을 찾는 여행으로 여정을 준비해보자. 당장 떠날 수가 없어 아쉽다고? 그렇다면 많은 음악인들에게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라라랜드의 영화 OST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영화 속 몽환적이기도 독특한 장면과 그에 걸 맞는 다양한 음악들이 충분히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 테니 말이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조은정은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등 8권의 책을 집필한 인기 여행작가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