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박사 S 다이어리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아이

글_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매우화난 아이

세상에 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어디 있겠냐만 그래도 아이들 가운데 유난히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이와 같은 아이는 과연 어떤 심리일까?

지는 순간, 단순히 승부에서 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는다.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더 큰 스트레스가 도사리고 있다. 때로는 수치심이 분노로 표현되곤 한다. 이는 주변의 친구들을 경쟁자로 인식하며 누군가 자신을 끌어내리려고 한다는 의심과 피해의식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신이 최고가 되지 않는 상황 혹은 자신이 칭찬과 찬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게 된다.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어려운 과제에도 도전하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의 반복은 사회성 발달에 심각한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친구들은 승부의 결과를 잘 승복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격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와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특히 게임 및 운동 경기에 아이를 아예 배제시키려고 하는 등의 결과가 초래된다. 아이는 여기서 과정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하고, 그 과정의 즐거움 또한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웃는아이가 구석에 앉아있다.

그렇다면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여야 할까?
첫째, 부모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든지 간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맞지만, 이기는 것이 꼭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꾸준히 얘기해준다.

덧붙여 엄마아빠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한다. 1등에 집착하다 보면 마음이 늘 쫓기게 되어서 행복하지 않게 된다. 2등이 되면 “그래도 2등이니까 잘 한 것이야.”라는 식으로 긍정적 해석과 함께 자신을 칭찬해주고, 설사 꼴찌가 되더라도 “최선을 다 했으니까 괜찮아. 다음에 더 잘 하면 돼.”라는 식의 자기 위로를 할 것을 가르쳐 주자.

둘째, 부모가 승부나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를 의식적으로 보여준다.

예컨대 TV 스포츠 경기에서 1등 선수 결과에 대한 찬사를 멈추고 모두 열심히 해서 보기 좋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동시에 아이에게 순위가 매겨지는 운동이나 활동을 피하고, 서로 협력적인 활동을 자주 시킨다. 수영, 조깅, 체조, 자전거 타기, 등산 등의 운동이 좋으며 음악을 연주하는 활동도 도움이 된다.

셋째, 좌절의 경험을 맛보게 해보자.

집에서 가까운 공터에 나가 “네가 아마 지게 될 거야” 얘기를 먼저 해주며 아빠 또는 엄마와 달리기 시합을 한다. 그 후 아이가 지게끔 만들고 “왜 진 것 같아?”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엄마가 어른이고 아빠는 더 크고 힘이 세니까요.” 등의 대답을 할 때 “맞아. 너는 질 수밖에 없어. 하지만 졌다고 해서 울거나 화를 내는 것은 옳지 않아.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이 더 중요해.”라고 설명해 준다. 적절한 좌절의 경험은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비록 좌절하는 경험이 잠시 쓰라릴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또 예상보다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후 아이는 그만큼 성장할 것이다.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들은 끈기 또는 뚝심이 길러지는 경우가 많다. 즉 자신의 경쟁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혹은 자신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목표를 결국 해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인물들이나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의 경우 실제로 승부욕이 대단하다.
이러한 성향을 장점으로 최대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경쟁의 상대가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게 돌리게끔 해보자. 즉 누구를 이겨서 기쁜 것이 아니라 발전하는 본인의 모습을 보고 만족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아이가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진취적으로 만들어낸다면, 그 얼마나 멋진 일일까.

글을 쓴 손석한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