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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늦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

글_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언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아이가 엄마 아빠의 보살핌에서 벗어나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교류를 하는 데 있어서 언어는 필수적인 요인이며 반드시 익혀야 한다. 또한 읽고 쓰고 말하는 언어 구사는 지식을 배우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면서 분노조절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언어능력이 발달한 아이들은 자신의 요구를 전달함에 있어서 감정대신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분노를 덜 표출하게 된다. 이와 같이 중요한 언어이기에 말을 또래보다 잘 못하여 언어발달이 뒤처지는 경우 많은 부모들이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언어 발달이 늦는 이유에 대해서 몇 가지 살펴보자.

아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혀를내민 모습

첫째,가족력이 있는 경우다.

아이의 부모를 포함한 가족 중에 누군가가 말이 늦었다면, 아이도 말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족 중 말이 늦었던 사람이 어떠한 진단을 받았는지, 그리고 현재 어떠한 상태를 보이는지도 아이의 예후를 짐작하게 하는 데 있어서 크게 참고할 수 있다. 예컨대 아빠가 어릴 적 말이 늦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문제없이 언어 및 사회적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면, 아이 역시 아빠처럼 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아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혀를내민 모습

둘째, 언어적 자극의 부족이다

아이를 주로 키우는 엄마의 말수가 너무 적었다든지 또는 아이의 옹알이나 표현에 있어서 엄마가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했을 경우에 아이의 언어 터득이 늦어진다. 엄마가 일을 하기 때문에 할머니에게 맡겼는데, 할머니가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같이 놀아주기 보다는 장시간 동영상을 틀어 주었다면, 이 또한 언어 발달 지연 또는 장애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영상에서 들리는 음성은 언어라기보다는 소음에 가깝기 때문이다. 소음은 오히려 언어 발달에 방해가 된다.

아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혀를내민 모습

셋째, 사회적 상호작용 경험의 부족이다

만일 엄마가 아이에게 언어를 충분하게 들려주었다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을 전혀 보지 못하게 했거나 집안에서만 키웠다면, 언어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언어 발달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또래보다 6개월이나 1년 정도 뒤쳐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언어 발달은 단순하게 언어를 많이 듣는다고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즉 사회적 상호작용의 토대에서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다.

아이의 말이 어느 정도 늦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 아이의 성장 개월에 맞춰 말을 알아듣는 수준이 중요하다. 만일 아이가 만 24개월이 넘었는데도 1~2개의 단어밖에 표현하지 못한다면, 이는 분명히 언어 발달이 느린 것이다. 이때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어서 간단한 지시 따르기(예: “우유 마셔”라는 말에 행동으로 옮긴다)가 가능하다면, 아이의 마음속에서 언어가 형성되고 있는 중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30개월 이상이라면, 소아정신과를 방문해 언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단지 언어 발달이 느린 경우라면 전문적인 언어치료 및 부모 교육을 통한 노력으로 아이의 언어 수준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언어적 영역 외에 사회성, 인지 등 다른 영역의 발달도 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소아정신과 전문의에게 아이를 직접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30~36개월 이하의 유아가 말이 늦는 경우에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단지 말의 발달만 늦어지는 것인지, 언어발달에 장애가 있는 것인지, 지능 발달 자체에 있어서 언어 발달 장애가 동반되는 것인지, 아니면 자폐성 장애에서처럼 전반적인 발달 영역의 장애가 있어서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반 부모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이와 같은 구별을 하기가 매우 어려울뿐더러 때로는 소아정신과 전문의나 아동발달 전문가조차도 서로 견해와 예측이 다를 수 있을 정도로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다.

말이 늦는 우리 아이에게 엄마는 과연 어떻게 해줘야 할까?

아이와 하는 개별놀이 활동을 최대한 늘려준다. 말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언어적인 자극을 많이 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를 바란다. 예를 들면, "사자라고 말해봐" 대신에 "사자다. 어흥! 무섭겠다."라고 들려주는 것이다. 아이가 "이거~"라고 말했을 때도 "이거 뭐?"라고 물어보는 것보다는 "이거 자동차?"라고 답을 가르쳐 줘서 아이로 하여금 '자동차'라는 단어를 한 번 더 듣게 하여 인식하게끔 해 주는 것이 더 낫다. 또한 아이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묻는 질문을 충분히 던지도록 한다. 아이가 다소 부족하지만 무엇인가를 표현하려 할 때 그것을 중간에 끊지 않고 기다려준다. 엄마가 알아서 물을 주거나 엄마가 알아서 옷을 벗겨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요구할 때 그것을 언어적으로 표현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연령이 30~36개월 이상의 아이가 이와 같은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이 늘지 않으며, 또래보다 말이 뒤쳐진다면 지체 없이 소아정신과 전문의에게 아이를 보이도록 하자.

글을 쓴 손석한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