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던 광양의 불긋한 매화가 지고, 구례의 노오란 산수유도 떨어질 즈음 이때다 싶게 벚꽃이 핀다. 맑고 푸른 섬진강변의 연둣빛 녹차밭을 따라 분홍 속살을 드러낸 벚꽃길을 걷다 보면 두근두근, 봄 처녀처럼 가슴이 뛴다. 소설 토지의 무대 최참판댁을 둘러보고 평사리에 오똑 솟은 부부송을 만난다. 야생차박물관에서 우리나라의 차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여운이 오래 남는 차 한 잔을 마셔보자.
벚꽃이 흐드러지는
아름다운 길
남쪽에서부터 불어온 봄기운이 가득한 날, 섬진강을 따라 달려보자. 하동의 송림에서 남도대교를 지나 섬진교까지 이어지는 100리(약 41km) 길이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로 거듭났다. 1930년대부터 심어온 벚나무와 복숭아나무가 섬진강을 굽어보며 화려한 꽃을 피운다. 고운 햇살 아래 피어난 반짝이는 희고 고운 벚꽃이 마치 봄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는 듯하다.
섬진강 100리 길을 따라 이어지는 꽃 터널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꼽으라면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르는 약 6km의 ‘십리벚꽃길’이다. 길 양쪽의 우람한 벚나무들의 가지가 맞닿아 만들어진 꽃 터널이 화사하기 이를 데 없다.
이 길의 다른 이름은 ‘혼례길’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이 길을 함께 걸으면 부부로 맺어져 백년해로를 한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그래서인가 연인과 손을 맞잡은 젊은이들, 느긋하게 보폭을 맞추는 부부들의 모습이 더욱 눈에 띈다. 바람이 불어오면 꽃잎이 한 잎, 두 잎, 꽃비가 되어 내린다. 화려했던 만큼 강렬하고, 짧았던 만큼 아쉽다. ‘벚꽃엔딩’을 흥얼거리며 봄비 내리기 전에 다녀오자.
하동 십리벚꽃길
위치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142
연락처 055-880-2380
벚꽃놀이 시즌이면 전국에서 가장 붐비는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뜨기 전에 도착할 각오로 달려가지 않으면,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도로에 갇혀 차 안에서 벚꽃놀이를 하게 된다. 꽃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새벽부터 부지런히 달려가자.
봄빛으로 물든 쌍계사
벚꽃길을 따라 쌍계사까지 올라왔으면 알록달록 봄빛으로 물든 경내를 둘러보자. 누군가 쌍계사를 두고 벚꽃보다 아름다운 사찰이라더니, 온갖 봄꽃이 피어난 쌍계사는 그만큼 보기에 흐뭇하다. 쌍계사의 좌우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두 갈래의 물이 매표소 앞 다리 아래 합쳐져서 흘러간다. 쌍계사라는 이름이 지어진 연유다. 신라 성덕왕 때 삼법과 대비라는 두 스님이 '눈 속에 칡꽃이 핀 곳'을 찾으라는 꿈을 꾼 다음 이곳에 절을 짓고, 당나라 혜능선사의 머리를 모셔다 봉안했다고 한다.
쌍계사는 선덕여왕 때부터 조성된 차밭, 2층 누각인 팔영루, 대웅전 앞의 진감선사부도비, 탑돌이를 하며 소원을 비는 9층 석탑, 정겨운 마애불, 대웅전과 팔상전의 불화, 흙 담장에 기와로 새긴 꽃무늬 등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경내에 어우러진 꽃들의 향연을 감상하며 천천히 산책을 즐겨보자.
쌍계사
위치 경남 하동군 화개면 쌍계사길 51-14
연락처 055-883-1901
요금 성인 2,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 최참판댁
동학혁명에서 근대사까지 아우르는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바로 하동의 평사리다. 지리산의 남쪽 자락 끝에서 펼쳐진 넓은 평야 지대이자 섬진강이 주는 혜택을 한 몸에 받은 땅이다. 하동의 최참판댁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만석꾼 지주 최참판댁의 기와집뿐만 아니라 용이네, 칠성이네 등 마을 사람들의 초가집까지 세심하게 구현한 드라마 세트장이다. 최참판댁 곳곳에는 건물의 쓰임이라던가 드라마의 장면을 설명해 두어 관람하기 좋다.
최참판댁 마당 한구석에는 그동안 이곳에서 찍은 드라마와 영화의 포스터가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드라마 ‘토지’에 이어 ‘구르미 그린 달빛’, ‘미스터 션샤인’ 같은 유명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최참판댁
위치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66-7
연락처 055-880-2960
영업시간 09:00~18:00
요금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악양 벌판의 서희와 길상이 나무, 부부송
평사리를 품은 하동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중국의 신선경으로 손꼽히는 악양과 닮았다며 ‘악양면’이라 불렀다. 중국의 지명을 따오는 김에 아예 평사리 강변 모래밭을 금당이라 하고 모래밭 안에 있는 호수를 동정호라고 했다.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면 부부송이 사이좋은 부부처럼 평사리 한복판에서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한산사전망대
위치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825
주차 가능
추천 캠핑지
섬진강을 한눈에 담는 캠핑
카라반 캠핑과 오토 캠핑, 텐트 캠핑이 함께 이루어지는 곳이다. 텐트 사이트만 이용할 때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이트까지 짐을 날라야 하지만, 리어카 사용이 가능하다. 장작 사용이 가능해서 섬진강의 정취를 느끼며 불멍을 할 수 있다. 샤워장은 수압이 세다. 입장할 때 쓰레기봉투를 1천원에 판매한다. 오토 캠핑장은 사이트 간격이 넓은 편. 강변으로는 고운 모래밭이 펼쳐져 아이들과 모래놀이를 하거나 앉아서 담소를 나누기 좋다.
평사리공원오토캠핑장
위치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85-5
연락처 055-883-9004
요금 4인 기준 텐트 1동 및 차량 1대 기준 1사이트 24,000원,카라반 캠핑 1박 30,000원
벚꽃놀이 시즌이면 전국에서 가장 붐비는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뜨기 전에 도착할 각오로 달려가지 않으면,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도로에 갇혀 차 안에서 벚꽃놀이를 하게 된다. 꽃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새벽부터 부지런히 달려가자.
하동의 맛
섬진강 맑은 물에서 자란 재첩은 봄이면 살이 올라 더욱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워낙 작고 채취가 어려워 그런지 요즘엔 재첩국이나 재첩 요리를 파는 식당이 많이 줄었다. 금양가든에서 모듬 정식을 시키면 뜨끈한 재첩국에 매콤달콤한 재첩 무침, 바삭하게 튀겨낸 재첩 전까지 두루 맛볼 수 있다.
섬진강에서 캐낸 감칠맛, 재첩
섬진강 맑은 물에서 자란 재첩은 봄이면 살이 올라 더욱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워낙 작고 채취가 어려워 그런지 요즘엔 재첩국이나 재첩 요리를 파는 식당이 많이 줄었다. 금양가든에서 모듬 정식을 시키면 뜨끈한 재첩국에 매콤달콤한 재첩 무침, 바삭하게 튀겨낸 재첩 전까지 두루 맛볼 수 있다.
금양가든
위치 경남 하동군 하동읍 섬진강대로 1877
연락처 055-884-1580
요금 모듬 정식 18,000원, 재첩국 10,000원, 재첩 회덮밥 13,000원
은은한 향기 어린 차 한잔,
하동 야생차박물관
하동 야생차박물관
위치 경남 하동군 화개면 쌍계로 571-25
운영시간 3월~10월 09:00~18:00, 11월~2월 09:00~17:00
연락처 055-880-2895
요금 다례체험 1,000원 / 다식 프로그램, 녹차씨 핀 만들기, 녹차잎 염색, 나만의 말차 마시기 5,000원
하동은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구름과 안개가 많고 일교차가 커 차나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를 재배하던 우리 차의 시배지이기도 하다. 밖으로 야생차밭이 펼쳐지는 박물관에서 시대별 차 문화와 각종 다구를 살펴보고, 3층에서 전문 다기 세트를 이용해 우리의 다례를 배우며 깊은 차향을 음미하자. 여럿이 여행한다면 큰 솥에 찻잎을 넣고 직접 찻잎을 덖어보는 덖음 체험, 야생차밭에서 직접 찻잎을 따는 찻잎 따기 체험, 솥에 찐 찻잎으로 차포를 만드는 돈차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체험은 미리 전화로 예약하자.
글/사진_배나영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진짜배기 국내여행 가이드북 <리얼 국내여행>을썼다. <리얼 방콕>, <리얼 다낭> 등 여행책을 쓰면서 북튜브 ‘배나영의 Voice Plus+’를 운영한다. Instagram @lovelyba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