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이 넘으신 이후에 어머니는 특별히 부딪힌 것도 아닌데 뼈에 금이 가고, 잘 낫지도 않아 고생을 하셨다. 60대부터 찾아온 각종 병명과 골다공증이 심해 약을 오랫동안 드셨는데 재작년부터는 걷는 것도 부담스러워 해서 밖에 나가지도 않고 집안에서만 생활하셨다. 하루 종일 앉거나 누워 계시고 집안에서 걸을 때조차 힘겨워 할 때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해 등급을 받게 되었다. 같이 살고 있지만 우린 맞벌이였으며 아이들도 다들 바쁘니 끼니를 챙기는 것도 걱정이었다. 낮에 혼자 계실 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스런 마음에 요양보호사가 하루 3시간 집으로 오기로 했다. 어머니는 처음에 낯선 사람이 와서 몇 시간이나 자신과 단 둘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 하셨다. 워낙 낯을 많이 가리고 깔끔한 성격인데 남이 와서 자신을 케어해준다는 사실도 싫어하셨다.
요양보호사는 50대의 수더분한 인상의 아주머니였다. 오랫동안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의 병간호를 했다고 했다. 모두 다 돌아가시고 일을 찾으려고 할 때 어르신들을 모셨던 일이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해 요양보호사 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엔 어머니가 마음을 잘 열지 않았다. 밥을 차려놓으면 혼자 드시고 목욕은 물론 빨래도 못하게 했다. 요양보호사는 그래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면서 어머니와 친해질 기회를 만들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감기 끝에 입맛을 잃어 식사를 못하실 때 죽을 만들었는데도 한 입 드시고 숟가락을 내려 놓으셨다. 그때 요양보호사는 얼른 슈퍼에 가서 베지밀을 사왔고 따뜻하게 데워 드렸더니 어머니는 베지밀 한 병을 천천히 다드셨다. 자식들은 비싼 과일이며 고기 등을 사서 드렸지만 어머니에게는 속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가볍게 입맛을 찾을 수 있는 베지밀이 안성맞춤이었다.
어머니는 그때부터 요양보호사에게 마음을 열었다. 같이 식사도 하시고 휠체어에 타서 가까운 공원에 산책도 나갔다. 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요양보호사를 먼저 챙기고, 특히 베지밀은 꼭 두 개씩 챙겼다. 목욕을 한 후나 손목이나 다리를 움직이는 가벼운 운동 후에는 꼭 같이 드신다고도 했다.
어떤 때는 어머니와 요양보호사의 사이가 너무 좋아 질투가 날 때도 있다. 어제 슈퍼를 가는 길에 어머니께 “뭐 필요한거 있으세요?”했더니 “베지밀이 똑 떨어졌다. 날씨가 추우니 요양보호사와 따뜻하게 데워서 한 잔씩 마셔야겠다”하신다.
슈퍼에서 베지밀과 두유를 바구니에 담으며 마음 속으로 빌었다. ‘어머니와 요양보호사님 두 분 다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우리 곁에 오래 계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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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박윤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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