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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나면서 부모님에게 거짓말하기 시작할 때 부모는 “아, 아이가 이제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거짓말하지 말 것을 알려주고 훈육한다. 그런데 아이의 거짓말이 지속되고, 심지어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종종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게 되면 부모는 무척 실망하고 아이의 앞날을 걱정한다. 아이의 거짓말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아이의 거짓말이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알려지게 된다. 아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잘하는 아이로 비추어져 신뢰를 잃게 되고 심지어 거짓말쟁이라는 놀림까지 받을 수 있다.
둘째, 나쁜 습관으로 발전할 수 있다.
궁지에 몰렸을 때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했다든지 혹은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에 성공했다든지 하는 등의 이유로 거짓말이 강화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습관적 거짓말로 발전하여,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순간적으로 거짓말이 튀어나올 수 있다.
셋째, 병적 거짓말로 발전할 수 있다.
거짓말을 반복하면 습관적 수준으로 발전하고, 여기서 거짓말의 강도가 높아지고 지속 기간이 길어질 경우 병적 거짓말로 발전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자신의 거짓말을 점차 사실로 믿게 되는 ‘공상 허언증'이 생겨날 수도 있다. 또한 아무런 양심에 거리낌 없이 다른 사람을 속이면서 이득을 취하려는 반사회적 인격의 소유자로 자라나게 될 수 있다.
아이가 거짓말하는 원인별 해결 방법
이제부터 거짓말하는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원인별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
첫째,
처벌이나 비난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고 “내가 안 그랬어요.”라고 거짓말한다. 어른들로부터 야단맞을까 봐 혹은 친구들로부터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운 것이다. 이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모는 이 경우 훈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심하게 야단쳐서는 안 된다. 만일 아이에게 네가 안 했으면 도대체 누가 했냐며 다그치면, 아이는 더욱더 겁에 질려서 계속 거짓말을 하거나 부모를 이기고 싶은 마음에 끝까지 거짓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러 잘못한 것이 아니라면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
예컨대 만일 아이가 접시를 실수로 깨뜨린 후 본인이 깨뜨리지 않았다고 말한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이 말해보자. “네가 접시를 깨뜨린 것보다 더 큰 잘못은 네가 깨뜨리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거야.” 만일 아이가 끝까지 거짓말을 감추려고 한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한다. 자백을 강요하기보다는 거짓말을 한 행동이 더 나쁘다는 것을 일러주고 상황을 종결하도록 하자. 또한 부모는 평소 아이에게 지나친 처벌 혹은 잦은 지적을 하지 않았는지 살펴본다. 아이가 야단맞는 것에 커다란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작은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그저 처벌을 피할 궁리만 하여 거짓말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함이다.
아이는 거짓말을 해서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예컨대 교사에게 동정을 얻기 위해 우리 집이 무척 가난하다고 얘기하거나, 부모에게 보살핌을 받기 위해 거짓으로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거나, 친구에게 부러움을 사기 위해 집에 무척 비싸고 좋은 물건이 있다고 말한다.
부모는 먼저 아이의 행동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진 후, 아이가 거짓말을 스스로 인식하게끔 한다. “여기가 아프구나. 후! 해 줄게. 그런데 엄마가 보기에는 별로 아플 것 같지 않구나.” 또한 상대가 친구들일 경우, 거짓말로 관심을 끄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님을 일러준다. 언젠가 사실이 밝혀질 것이고, 이에 따라 친구들이 아이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친구들에게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음을 일러준다. 친구들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시켜 준다.
셋째,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거짓말에 상대방이 속아 넘어가고, 심지어 사실처럼 굳게 믿는 경우 아이는 재미와 쾌감을 느낀다. 또한 자신의 능력이 대단한 것처럼 착각하고 의기양양해질 수 있다. 대개 상대방이 속아 넘어가는 순간 재미를 느끼지만, 다른 사람이 속는 정도가 크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이가 느끼는 재미가 더 증폭되기도 한다.
아이에게 거짓말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것은 잘못된 방법으로 얻은 결과임을 일러주도록 하자.
즉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임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상대방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뿐더러 거짓말을 한 아이에 대해 분노와 실망을 느낄 것임도 일러준다. 한편으로 부모는 아이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거짓말한 것이 발각된 후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말할 때 부모는 진지하게 반응해야 한다. 재미를 위한 거짓말 역시 고쳐야 할 거짓말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가 거짓말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게끔 함께 웃어준다거나 즐거워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다.
갖고 싶은 물건을 얻기 위해서 혹은 칭찬을 받기 위해 하지도 않은 선행을 했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즉 욕구를 충족하고, 물질적 혹은 정신적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다.
거짓말이 의심되면 아이에게 더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거나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실제로 확인하자.
예컨대 아이는 “우리 반에서 레고 장난감이 없는 아이는 나밖에 없어요.”라는 거짓말로 부모에게 장난감 선물을 요구할 때 교사에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거짓말로 원하는 것을 얻는 것보다 갖고 싶은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임을 일러준다. 실제로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대신 솔직한 마음을 말할 때 부모는 아이의 요구를 더 많이 그리고 기꺼이 수용해 주는 반응을 보이도록 하자. 또한 거짓말의 결과로 아이가 얻은 보상에 대해서 취소한다. 거짓말이 나중에 밝혀지면, “그때 네가 거짓말을 해서 엄마에게 받았던 칭찬을 이제 취소할 거야.”라고 하자. 아이에게 거짓말의 책임을 지게끔 하는 것이다.
다섯째,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함이다.
다른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싫어하는 사람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에게 곤란한 일을 만들어 본인의 힘을 확인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아이에게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은 매우 나쁜 행동이며, 이런 행동은 나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아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얘기할 때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거나 단정 짓지 않고 반드시 사실 확인의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만일 사실 확인이 어려우면,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판단을 유보한다.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거짓말을 일삼으며 사회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게끔 부모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자녀가 정직한 성품을 가지도록, 타인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어른으로 자라나도록 관심을 가지고 양육하도록 하자.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