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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난감 줄 세우는 아이, 강박증인가요?

  • 2022-08-04

 장난감 줄 세우는 아이, 강박증인가요?



손에 늘 무언가를 쥐고 다니고, 일렬로 세워 놓은 장난감이 흐트러지는 걸 참지 못하는 아이. 특정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는 강박증에 대해 알아보자.



“아이 스스로 멈추도록 기다려주세요”
생각보다 흔한 소아 강박증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주인공 멜빈은 길을 걸을 때 보도블록의 틈을 밟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깡충깡충 뛰는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한 번 쓴 비누는 절대 다시 쓰지 않고 다른 사람과 닿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의 행동은 강박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우리가 흔히 강박증이라 부르는 이런 행동은 어린아이에게서도 볼 수 있다. 실제 소아정신과에는 이불을 네모반듯하게 펴기 위해 반복적으로 맞추고 손에 무언가가 닿을 때마다 욕실로 달려가 손을 씻는 아이 때문에 상담하러 오는 부모가 많다. 장난감을 거실 바닥이나 책상 위 등 특정 장소에 일렬로 세워 놓거나 손에 늘 무언가를 쥐고 다니려 하는 것, 왼쪽과 오른쪽 양말이 같은 높이에 오도록 계속 맞추는 행동은 유아기에 흔히 나타나는 강박 증상이며, 무언가를 확인하기 위해 똑같은 질문을 수없이 던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불안감 조성하는 양육 태도 점검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다. 즉 좌우 혹은 상하가 대칭적 구도로 균형을 잡고 있어야 하고 부모나 자신이 안전해야 하며, 제대로 일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해야 안심되는 것. 이런 강박 증상은 대부분 대칭, 청결, 저장, 안전, 확인 등의 개념이 생겨나는 만 2~3세 이후부터 나타나는데, 아이의 연령이나 발달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숫자의 개념이 생기는 만 3~4세부터는 반복적으로 수를 세는 증상을 보이고, 숫자의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아는 만 5~6세에는 특정 숫자를 피하거나 추구하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4를 피하기 위해 네 걸음 걸어서 도달하면 다섯 걸음으로 다시 걸어오거나, 양치질할 때 꼭 좌우로 번갈아 가며 세 번씩 하는 식이다. 세균의 개념을 알거나 배우게 되는 만 5~6세에는 알코올 솜으로 자신의 물건을 닦은 다음 사용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손을 지나치게 자주 씻는 것도 이맘때 흔히 보이는 대표적인 강박 증상이다.
아이가 이런 증상을 보이는 데는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크다.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청결을 강조하면 청결 강박이 잘 생기고, 실수를 용납하 지 않을 때 확인 강박이 잘 생기는 것. 아이가 강박 증상을 보인다면 부모의 양육 태도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지나치게 엄격하게 통제하며 행동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청결이나 정리 정돈을 과도하게 강조하지는 않았는지, 아이에게 너무 완벽한 모습을 바라지는 않는지, 아이의 실수를 가혹하게 비난한 적은 없는지,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양육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것. 또 부모가 강박증을 갖고 있는 경우 아이가 자연스레 이를 모방하기도 하므로 부모부터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를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
아이가 강박 증상을 보이더라도 일상생활에 별다른 지장이 없고, 부모의 조언이나 지시에 따라 어느 정도 강박 행동을 멈출 수 있다면 기본적으로 허용하면서 조금씩 줄여나가려고 시도하거나 기다려볼 수 있다. 강박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할 때 아이가 별다른 저항 없이 불안해하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못하게 했을 때 아주 불안해하고 날카로워지며 짜증을 내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우선 아이를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강박 행동을 스스로 멈추고자 할 때 커다란 불안과 함께 큰 재앙이 닥칠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부모는 너를 지켜줄 것이고, 네가 예상하는 나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 스스로 강박 행동을 줄이려 한다면 조금이라도 노력했을 때 격려해 주는 것이 좋다. 칭찬과 함께 스티커나 간식, 장난감, 용돈 등의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것.

TIP 이럴 땐 치료가 필요해요!
• 같은 강박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된다.
• 아이 스스로 고치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
• 못하게 하면 상당히 불안해하고 심리적으로 괴로워한다.
• 강박 증상 때문에 해야 할 과제를 잘 수행하지 못한다.
• 강박 증상으로 친구, 부모 등의 대인 관계에 트러블이 생긴다.


강박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01 강박 증상은 습관이다? X
습관은 자신의 의지가 더 작용한다. 불안이나 괴로움을 동반하지 않으며 스스로 문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강박증은 하지 못 하게 할 때 불안이 동반되므로 습관과는 다르다

02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고칠 수 없다? X
강박증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인에 상관없이 약물 치료, 행동치료, 심리치료 등으로 아이의 행동을 치료할 수는 있다. 만약 부모의 양육 태도가 주원인이라면 부모부터 변화해야 치료가 잘될 수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인 원인이 크다면 원인 자체를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약물치료를 통해 고칠 수 있다.

03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에게 더 잘 나타난다? X
강박 증상은 아이의 기질과는 전혀 상관없다. 순한 아이, 예민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보통의 아이 등 기질과 상관없이 나타날 수 있다.

04 강박 증상을 보이는 아이는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O
그럴 수 있다. 강박에 사로잡혀 집중력이 떨어지고, 강박증에 동반되는 불안 증세 자체가 공부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