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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를 위해 했던 말이 가스라이팅이었다?!

  • 2023-03-22

아이를 위해 했던 말이 가스라이팅이었다?!


‘나’라는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선 자신에 대한 판단력이 매우 중요하다. 판단력을 흐리는 가스라이팅은 부모와 자식 간에도 흔히 일어난다. 아이를 위해서 했던 말이 아이를 망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육아 현장에서 발생하기 쉬운 가스라이팅에 대해 알아봤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심리 용어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를 교묘히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행동을 지배하는 정신적 학대를 말한다. 가스라이팅은 패트릭 해밀턴 작가의 연극 <가스등>에서 유래한다. 재산을 목적에 두고 한 여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남자가 결혼에 성공한 뒤 유산을 빼앗고자 아내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남편은 방 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희미하게 해놓고, 아내가 알아차리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나무란다. 아내가 아무리 부정해도 건망증이 심하다고, 몽유병이 있다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결국 아내는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고 남편에게 의존하게 된다.

 

작은 말들로 조금씩 깎여나가는 자존감

타인을 지배하기 위해 심리를 조종한다는 사전적 의미는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가스라이팅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난다. “너는 너무 예민해” “왜 이렇게 일을 못 해?” “네가 문제라는 거 모르겠니?”처럼 의견을 무시하고 작은 실수를 과장하는 말들은 피해자의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한두 번은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이러한 말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놓고 폭력적인 언행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알아차리기 어렵다. 가스라이팅은 학교, 군대, 직장 등 수직적인 관계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표면적으로 “너를 위해서”라고 말하기 때문에 가족과 연인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하는 가스라이팅

일반적인 가스라이팅과 부모와 자식 간에 일어나는 가스라이팅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자의 목적이 타인을 조종하기 위해서라면, 후자는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부모와 자녀 관계는 행복한 순간이 훨씬 많지만 늘 즐거울 수는 없다.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애증의 관계일 수 있는데, 부모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사랑’만 생각할 때가 많다. 그래서 “다 너를 사랑해서 하는 말이야”라는 명목하에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가스라이팅하게 되는 것. 또한 가스라이팅은 반복해서 노출될 때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부모와 아이는 가장 접촉이 가장 많은 관계다. 아이의 잘못된 점이나 단점을 지적하기 쉽다 보니 주체성을 키워주고 싶어 했던 말들이 정작 자존감과 주체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라면 누구나 가스라이팅을 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가스라이팅에 속하는 부모의 말 BEST 3

1 “엄마 말만 들어”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에 “엄마가 제일 잘 안다”는 대사가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자녀에게 믿음을 주는 말 같지만, 본질은 너는 엄마만 믿고 탑에 머무르면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무 생각 말고 공부만 해”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잖니” 등의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말을 자주 들으면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모의 뜻에 따르기만 할 뿐 스스로 주도적인 삶을 설계하지 못한다.

2 “그것 봐! 엄마한테 해달라고 하지”

서툴지만 스스로 단추를 잠그려고 하는 아이에게 “가만있어, 엄마가 해줄게” “이것 봐, 엄마가 하니까 훨씬 빠르지?”라는 말은 아이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떨어뜨린다. 아이에게 기회를 줄 때도 주의해야 한다. 잘못하기를 기다렸다가 “그것 봐, 잘못했지?”라고 비난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작은 실수도 크게 과장해 비난하면 아이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 이때는 “잘 안될 수도 있어, 한 번만 더 잘해보자”라고 격려하고 “단추를 순서대로 잠그면 더 수월해”처럼 아이가 실수하기 전에 미리 조언해준다.

3 “얘가 대체 왜 이래?”

아이가 잘못했을 때는 분명 훈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못 됐어” “넌 그게 문제야”와 같이 인격 자체를 비난해선 안 된다. 잘못한 행동 자체만 지적하고 아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가령 아이가 컵에 물을 따르다 바닥에 흘렸다면 다음부터 조심하라고 하고, 아이와 함께 엎질러진 물을 닦는다. 아이에게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질문을 던져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Plus tip 아이를 위한 말이란?

아이를 위해 했던 말들이 가스라이팅이라고 느끼게 되면 부모는 아이를 훈육하는 데 조심스러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끌려가서는 안 된다. 아이는 통제가 필요한 존재이며, 부모는 아이에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가스라이팅은 은연중 일어나기 때문에 몇 가지 유형의 문장들로 정리하기 어렵다. 가스라이팅을 하지 않으려면 ‘진짜 아이를 위한 말인가?’만 생각해보면 된다. “◯◯이가 이렇게 행동하면 엄마는 화나”라고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 대신 “너라면 화가 안 나겠어? 대답해봐”와 같이 아이에게 감정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했다면 거기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단, 앞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말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