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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출산 리얼 다이어리

  • 2023-03-22

임신·출산 리얼 다이어리


아기 천사가 찾아오기까지 많은 준비를 했는데 임신과 출산의 ‘진짜 여정’은 아기가 찾아오고 난 뒤부터다. 임신은 너무나 경이로운 일이지만 열 달간 버티고 견뎌야 하는 몸과 마음의 변화는 생각보다 더 당황스럽다. 그 누구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던 임신·출산 리얼 후기.

 


PROLOGUE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사용하게 되는 임신테스트기. 임신하면 태반에서 융모막 호르몬(hCG)이 분비돼 소변검사나 혈액검사로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테스트기의 민감도가 높아져 빠르면 배란 후 일주일 안에 검사가 가능하고 정확도도 높은 편이다. 호르몬 수치가 높아질수록 ‘빨간 줄’이 선명해지므로 간절히 임신을 원했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테스트기로 확인하곤 한다. 하지만 빠른 확인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과거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화학적 유산’을 경험하는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적 유산 혈액검사로 호르몬 수치를 측정해 수정 상태를 확인하고, 초음파로 자궁 내 임신이 확인되기 전의 상태를 ‘화학적 임신’이라 부른다. 보통 체외수정을 했거나 불임 시술 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수정란이 착상하지 않고 호르몬의 수치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화학적 유산은 수정란이 착상에 실패한 것이므로 일반적인 유산과는 엄연히 다르다. 생리량이 평소와 비슷해 이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고 심한 생리통과 같은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1장 입덧의 시작

입덧은 보통 임신 5주 무렵 시작해 11~13주에 가장 심하다. 임신 14~16주면 대부분 사라지지만 막달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체와 태아를 보호하는 현상으로 본다. 실제로 배아형성이 일어나는 기간 중 가장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입덧은 태아가 잘 자라고 있는 증거이자 임신 중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 명시하듯 ‘임신부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직장생활에 지장을 주며 병원비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 외에도 증상이 다양하다. 시도 때도 없이 구역질이 나거나 먹는 족족 토하는 ‘토덧’과 속이 비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 수시로 무엇이든 먹어야 하는 ‘먹덧’, 음식만 먹으면 체하는 ‘체덧’과 비위가 상해서 침을 삼키지 못하는 ‘침덧’, 양치질을 하면 메스꺼워 구토를 하는 ‘양치덧’ 등이 있다. ‘두통덧’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는데 임신 후 수면 변화나 탈수,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발생한다.

 

제2장 뜻밖의 곤란함, 화장실

임신하면 소변이 자주 마렵다. 보통은 방광에 충분한 양의 소변이 찼을 때 요의를 느끼고 그만큼 충분히 배출해야 시원한 느낌이 드는데, 임신 중에는 소변이 차지 않은 상태에서 요의를 느끼는 데다 소변의 양도 충분하지 않아 방광에 소변이 남은 듯한 느낌이 든다. 후기에는 자궁이 커지고 태아의 머리가 골반으로 내려오면서 방광을 압박해 빈뇨 증상이 심해진다.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소변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건 생각보다 사람을 ‘미치게’ 한다.

 

제3장 롤러코스터 같은 호르몬 변화

임신하면 가슴과 골반 부위로 혈류가 증가하면서 이 부위가 민감해지고,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지면서 질 분비물이 많아진다. 이로 인해 야한 꿈을 꾸는 경우가 꽤 많다. 그 빈도도 후기로 갈수록 높아진다. 다만 모든 임신부가 왕성한 성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와 피로감, 입덧, 유방 통증 등으로 성욕이 감소할 수 있으며, 주수가 지날수록 체중이 늘고 허리 통증이 심해 평소보다 더 떨어지기도 한다. 성욕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 모두 호르몬 변화로 인한 정상적이고 일시적인 증상이다.

 

제4장 태동≠모성애

이르면 임신 17주에도 태동을 느끼지만 보통은 임신 18~20주 무렵 첫 태동을 느낀다. 초산의 경우 태동은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는 정도로 강도가 미약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태동은 태아가 엄마 배 속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이자 엄마와의 교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일만은 아니다. ‘발길질’로 표현되는 격한 태동도 있고, 배 속을 쓰윽 문지르는 듯한 태동도 있다. 간혹 아프고 불편한 경우도 있다. 맘카페에는 태동을 불쾌하게 느끼는 자신이 모성애가 부족한 ‘나쁜 엄마’처럼 느껴진다는 글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모성애는 임신했다고 해서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워가면서 경험을 통해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아이에게 특별한 애정을 못 느낀다고 자책은 금물.



제5장 거울 속 낯선 ‘나’

착색, 튼살, 임신선은 ‘임신 고민 3종 세트’로 불린다. 특히 착색은 임신부의 90%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유륜, 배꼽, 회음부와 마찰이 일어나는 겨드랑이, 허벅지 안쪽에 주로 나타나며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에스트로겐이 유발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에스트로겐은 털을 자라게 해 ‘배레나룻’을 비롯해 다모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복부에는 진갈색 또는 검은색의 임신선이 생긴다.

 

제6장 말 못 할 고통, 변비와 치질

임신 초기에는 태반에서 분비되는 황체호르몬으로 인해 위장의 움직임이 느려져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되며 변비가 생기기 쉽다. 입덧 때문에 음식을 충분히 먹을 수 없으므로 변의 양이 줄어 변비가 더욱 심해진다. 커진 자궁이 위장을 눌러 위의 활동이 둔해지는 것도 변비를 유발하는 원인. 중기 이후부터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잠시 증상이 호전되지만 태아가 자라면서 자궁이 대장과 항문을 압박해 심해진다. 임신 18주 무렵이면 치질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치질은 치열, 치핵, 치루 등 항문에 발생하는 질병을 아우른다. 임신·출산 커뮤니티에서는 치질을 앓고 있는 임신부들의 고충이 이어지지만 좌욕과 연고 외에는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어 참는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제7장 명확한 해결법이 없는 ‘환도 선다’

임신하면 꼬리뼈, 골반, 치골 부위 등이 찌릿하거나 뻐근하게 느껴지는 통증이 나타나는데, 참을 만한 경우도 있고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프기도 하다. 일명 ‘환도 선다’고 알려진 이 증상의 의학적 표현은 ‘증상 유발 골반이완증’이다. 흔하게 나타나지만 태반에서 나오는 릴랙신 호르몬이 관여한다는 설이 있을 뿐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중·후기에 발생하고 태아의 무게가 늘면서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대부분 출산 후 통증이 서서히 사라지지만 간혹 출산 후 6개월에서 2년까지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통증을 유발하는 자세를 피하는 방법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

 

제8장 고통 없는 출산은 없다

무통분만은 자연분만 과정에서 진통을 크게 덜어주는 효과가 있지만 문자 그대로 완전한 ‘무통(無痛)’을 의미하진 않는다. 척추의 신경 통로를 차단하는 경막외마취를 이용해 분만하는 것으로, 자궁구가 3cm 열렸을 때 한두 시간 간격으로 경막외강에 마취제를 주사하므로 초기 진통은 피할 수 없다. 자연분만은 진통으로 분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제왕절개는 수술 후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무통 분만은 고통이 선불이고 제왕절개는 고통이 후불’이라는 말이 있다.

 

EPILOGUE Goodbye~ 임신 호르몬

임신 중 나타나는 대부분의 증상은 호르몬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태반에서 분비되는 임신 호르몬은 임신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족해지면 유산이나 조산을 야기할 수 있다. 임신 기간 동안 각종 트러블을 유발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인 것. 임신 기간에는 대부분 몸과 마음의 변화가 당황스럽고 우울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함으로 인해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 호르몬의 반응도 달라진다. 신체 기능이 활발해야 호르몬으로 인한 변화에도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으므로 ‘출산하면 해결된다’라는 위로 아닌 위로(?)에 확신을 갖고 마음을 편안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