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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행복 육아

강박증, 결벽증이 있는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하나?

이제 코로나19 시대는 당분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살아나가야 하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종식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많이 바꿔놓았다.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한 공포심이 커졌고, 개인위생이나 청결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결벽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아이를 과연 어떻게 키워야 할까?

먼저 결벽증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바닥에 낙서를 하는 아이와 청소를하는 아이

결벽증은 강박증의 한 종류다. 강박증은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청결함에 대한 강박증이 결벽증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하게 깔끔하고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설 때 병적 증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넘어서는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주관적인 괴로움이 동반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능의 저하다.

예컨대 깔끔한 사람은 자신의 깔끔함에 대해서 스스로 좋게 생각하고, 또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일상생활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결벽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청결 추구가 지나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인의 의지로 멈추기 어렵기에 힘들어한다. 또한 청결함의 추구에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이나 과제 수행에서의 기능 저하가 야기된다.

그렇다면 결벽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놀라는 아이들

사실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부모의 양육 태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청결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엄격하게 통제하며, 각종 규율도 강요하면 아이가 늘 불안해하고 또한 잘못하지 않을까 자꾸 확인하게 되면서 결벽증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이가 모래 놀이를 하다가 옷에 모래가 묻은 것을 보고 손과 옷이 더러워졌다면서 크게 야단을 치면 아이는 그다음부터 손과 옷의 청결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결국 결벽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모래 놀이를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도 있다. 강박증 환자의 일차 가족 중에서 35%가 동일한 질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질과의 상관관계는 그리 명확하지 않다.

아이의 결벽증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교실에서 빗자루를 가지고 청소하는 학생의 모습

결벽증을 보이는 아이는 자신과 주변이 깨끗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병균이나 나쁜 물질에 오염되지 않을까 또는 그것이 몸 안으로 들어와 병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한다. 손에 이물질이 묻어있는 느낌 자체도 불쾌하게 여겨서 자꾸 손을 씻는다. 또한, 물건에 먼지가 앉아 있을까 손으로 몇 번이나 확인한 후 손과 함께 물이나 알코올로 물건을 닦는다. 게다가 이미 깨끗한 상태여도 여전히 깨끗한지 끊임없이 확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간혹 어떤 아이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외에는 의외로 깔끔하지 않기도 하다.

결벽증이 소아기에 발병한다는 것은 나쁜 예후 인자다. 따라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소아기에 급성으로 발병해서 단기간에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일시적으로 앓다가 사라지는 셈이다. 자신이 노력해서 점차 결벽증을 벗어나는 아이들도 있다. 대개 청소년기에 이르러 그러한 노력을 기울인다. 치료를 받게 되면 20~30%가 매우 호전되고, 40~50%가 약간 호전되고, 20~40%가 변화 없거나 점차 악화되거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적 경로를 밟는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 치료가 필요한가?

화이트보드에 낙서된 그림을 지우는 아이

아이가 스스로 멈추려고 해도 잘 멈추지 못할 때 치료가 필요하다. 아이는 “엄마, 제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더러운 것을 못 참겠어요.”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결벽증을 주변 사람들에게도 강요한다. 예컨대 가족이나 친구에게 자꾸 손을 씻으라고 말한다든지 또는 자신의 물건을 절대로 만지지 못하게 한다.
또한 일상적인 행동의 제약을 가져올 때 치료가 필요하다. 만일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더럽다면서 장난감을 만지지 못한다면 또래 관계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경우 치료가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결벽증을 보이는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

화이트보드에 낙서된 그림을 지우는 아이

구체적인 해결 솔루션을 알아보자. 우선 ‘안심시키기’가 가장 중요하다. 아주 깨끗하지 않아도 병에 걸리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 시켜 준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대해 알려주어 나쁜 병균이 조금 들어와도 몸 안에서 물리칠 수 있음을 설명해주자.

그런 다음에 서서히 덜 깨끗한 환경에 노출하도록 하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씩 연습 시켜 본다. 예를 들어 특정한 물건을 만지게 한 다음에 손 씻기 행동을 참게끔 한다. 이와 같은 방법이 ‘노출과 반응억제’ 기법이다. 부모님의 방을 깨끗하게 치우지 않고 내버려 둔 채 아이가 지켜보게끔 해본다. 지저분한 것에 무디어지게끔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은 ‘탈감작’ 기법이다. 일부러 갯벌의 진흙탕에 뒹굴게 하면서 엄청난 더러움을 경험하게끔 할 수도 있다. 이는 ‘홍수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법은 아이가 더욱 더 공포심을 느끼면서 못 견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주의를 요하고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기법들을 적용할 때 코로나19 관련의 경우에는 절대 금물이다. 가령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믿고서 코로나19와 접촉할 수 없고, 사람들이 밀접한 지역이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간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손을 씻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님은 당연히 주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벽증 때문에 사회적 관계에서의 문제가 생길 때는 부모가 보다 더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예컨대 어떤 아이는 다른 친구가 더럽게 밥을 먹는다면서 피하거나 내 컵을 사용하지 말라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만 깨끗하고 다른 사람들은 더럽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으므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 너만 깨끗한 것이 아니야.”라는 말을 해줘야 한다. 또한, 부모는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하며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에게 본보기 학습을 시켜준다.

결벽증 증상을 보이는 아이와 함께하면 좋은 활동 혹은 놀이는?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

손에 무엇인가를 묻히는 놀이가 좋다. 말하자면 일종의 치료를 위한 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컨대 찰흙이나 고무찰흙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놀이, 물감 놀이, 색칠 놀이를 시켜본다. 손에 무엇인가 묻어도 만들고 완성하는 즐거움을 통해 그것을 견디어내면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손에 더러운 것이 묻었다면서 자지러지게 울거나 힘들어하면 억지로 진행하지 않는다.
야외에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또한 좋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게 해본다. 별로 깨끗하지 않지만, 아이가 그것을 잊어버리고 놀이에 몰입하다 보면 결벽증 증상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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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벽증은 소아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부모의 노력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질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신도 괴로워하지 않으면 오히려 청결하고 위생적인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병적인 경우라면 물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모의 현명한 판단과 대응이 요망된다.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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